관유정 커뮤니티
HOME    HOME   >   관유정 커뮤니티   >   신문고

신문고

신문고

난계가 싫으시다구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난향유린 작성일11-12-23 18:42 조회8,133회 댓글23건

본문

  옷장위에 먼지가 켜켜히 쌓이듯이 어느덧 나이테가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지천명의 시대에 접어들게 했다. 그간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내린 선택 중에 그래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집사람을 선택한 일과 애란생활을 하게 된 난초와의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집사람을 선택한 만남은 옳고 그르냐를 떠나 무조건 옳은 선택이어야 만하기에 집사람을 만나게 된  일이 현명한 선택이 되기 위해 중년의 나이에도 몸부림치며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제주도에 친구들과 놀러간 집사람에게 이런 메시지를 하나 보낸 적이 있다.
어느 때인가 예고 없이 우리 앞에 찾아올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떠나야 할 때 내가 먼저 가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내 인생에서 당신을 선택한 일이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었노라고 말하고 싶고, 당신이 먼저 떠나게 된다면 내 삶에서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노라고 약간 느끼한 양념 맛이 나는 글을 보낸 적이 있다.
이렇듯 집사람과의 인연은 삶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 예쁘게 가꾸어 가야할 영원한 숙제 인지도 모르겠다.

20대 중반에 알게 된 난과의 만남은 삶의 노고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었고, 매년 봄이면 깔끔하게 정리한 하얀 화장토를 헤집고 고개를 내미는 신아의 모습을 보며 힘들고 어려운 과정에서도 좌절하기보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만남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난을 배양하며 수많은 위로와 즐거움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난으로 인해, 난과 관련된 사람들로 인해 아픔을 겪기도 한다.
자기가 가진 난을 난이 가진 품성 그대로 봐주면 좋으련만 난이 가진 가치이상의 눈으로 기대를 많이 하게 되면 난이 가진 실상과 급변하는 난계의 현실 앞에서 실망도 하게 되고 때론 좌절도 하게 된다.

난을 대하는 마음이 지금 비록 고가의 난일지라도 세월이 흘러 배양종 풍란 값으로 가격이 변화된다고 할지라도 난이 가진 품성과 배양의 묘미를 느끼기 위해 난을 하겠노라는 열정으로 난을 하던지, 투자한 이상의 부가가치를 얻어야 겠다는 투자적 관점에서 난을 대할 것인지, 적당히 절제된 감정으로 투자성과 취미성을  조화시키어 마음을 비우며 난을 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기만의 난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회자정리라고 했던가?
지금껏 살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인연중에서 어떤 인과 관계로 알게 된 이들과의 만남은  그런 이유가 없어지면 다시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만난다하여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데 비해서 난이라고 하는 매개체를 통해서 만나게 된 애란인들과의 만남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애란생활의 멋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저런 이유로 주변 지인중에서도 난계를 떠나는 이들이 있어 가슴을 저미게 한다.
난을 투자적 관점에서 접근하신 분들은 생각만큼의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면 난계를 떠나기도 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일수도 있지만 난계의 원로이거나 오랜 배양력을 지닌 애란인들이 난초보다는 난계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실망하여 난계를 등지게 되는 경우를 본다. 애란인은 애란인대로 난상인은 상인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원만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또는 염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것이기에 선후배 간이나 동료 회원 간에도 부담을 주는 일이 있다면 옆에서 조언도 해주고 관계개선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는 삶이었으면 하는 오지랖 넓은 생각을 해본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를 가나 비슷한 현상은 일어나는 것 같다. 이런 불협화음이 어디 난계뿐이겠는가? 물질이 오고가는 세상사는 물론이거니와 정신세계를 다루는 종교 집단마저도 밖에서 바라 볼 때는 위로를 얻을 수 있을 듯도 하지만 어떤 종교에 깊숙이 들어가 보면 종교의 본질은 변하자 않은데 비해서 종교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인 사람들로 인해 상처를 받아 종교계를 떠나는 일들이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지 않던가?  예술계이든, 취미계이든 ,체육계이든 한 분야에 깊게 들어가 보면  사림들로 인해 일어나는 불협화음이 대부분 있게 마련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생을 사는 동안 취미라는 이름으로 난을 기르게 되었고 난으로 인해 알게 된  수많은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을 것이기에 난계의 원로가 되었을 때는 난계의 후배들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고 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져야 한다. 연세가 지긋한 원로와 중년의 애란인이 한자리에 모여서 난담을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난계를 잠시 떠나 냉각기를 가지고 계시는 애란인이 계시다면 시집간 딸이 애틋한 마음으로 친정에 드나들 듯 난계로 다시금 귀향 할 수 있도록 난계에 남아 있는 우리들이 같이 노력해 주면 좋겠다.
그리하여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선배 애란인 또는 동료 애란인이여!  더 밝고 더 맑은 난계를 만들기 위해 가끔은 천둥도 치고 먹구름도 있었나 보다 라며 웃으며 난계에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난을 기르되 난이 내 삶을 지배하여 스스로가 난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내가 난을 즐기며 유유자적 할 수 있는 재배 방식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난이 나를 지배하는 방식은 난으로 인해 즐거움도 누리지만 작은 변화에도 상처 받기 쉬워지기에 난 재배의 기본을 충실히 공부하여 난을  알고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난을 대했으면 좋겠다.

 화장토를 뚫고 나오는 복륜의 줄무늬 신아가, 산산히 부서진 먼지 같은 산반의 신아가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느껴지시는 당신은 어떤 연유로 잠시 난계를  벗어나 있었다 하여도 마음의 아픔이 가라 앉아 평온해 지시거든 언제든 베란다의 난을 보며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며, 난계의 선후배들을 보며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들을 하게 될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그간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애란인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를 드리고 가벼운 내 입술의 언어가, 부족한 생각으로 두들기는 자판의 튕겨지는 언어가 이제는 좀 더 성숙한 언어로 전달되어 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거울 속에 보일 듯 말 듯 한 내 마음을 찾아 봐야겠다.

댓글목록

풍란초님의 댓글

풍란초 작성일

숙연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혹 서운한 감정을 가슴에 품고 잠시 떠나 계시다면  이제는 난계의 발전과 후배 애란인들을 위해
마음을 열고 돌아오시고, 서로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조금씩 노력해요
좋은글 감동입니다

땅콩님의 댓글

땅콩 작성일

오랜만에 글을올리셨네요      장문의글 잘읽었습니다      마음속의로  궁금했어요      컴백홈 환영합니다 선배고수님.........

마리산님의 댓글

마리산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들이 저의 심정을 대변하는듯 하여 뭉클해지려고 하네요
내가 다른 사람들로 부터 상처 받았다고만 할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제 마음부터 다스릴수 있도록
잘 살펴 보아야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율리님의 댓글

율리 작성일

타산지석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

와 닿는 글 이군요
역시 고수님다운 관조 입니다.

삐돌이님의 댓글

삐돌이 작성일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탱주님의 댓글

탱주 작성일

공감이가는군요.

중턱의난님의 댓글

중턱의난 작성일

잘읽고 갑니다...

홍빵님의 댓글

홍빵 작성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거창조사님의 댓글

거창조사 작성일

잘 숙지하겠습니다

세모님의 댓글

세모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카시아님의 댓글

아카시아 작성일

좋은글 감사해요.

갯바위님의 댓글

갯바위 작성일

잘~읽었습니다.

다들님의 댓글

다들 작성일

그러네요..

꿀벌님의 댓글

꿀벌 작성일

오랫만에 좋은 말씀 새겨 봅니다..

율리님의 댓글

율리 작성일

.....

강이사님의 댓글

강이사 작성일

은은한 비유와 문법의 글...잘 읽었습니다.
........................................................ 생각~~~
다들 무언가 한가지는 생각들을 하실거 같습니다.
즐거운 애란 생활하시길 기원드립니다. (__

무정님의 댓글

무정 작성일

돌고도는 세상!
개인이던 나라던 흥망성쇠가 반드시 있기마련....
취미생활도  기쁨,설렘으로 시작하여 가는 도중 갖은 이유로
슬럼프에 빠지고 회의를 느끼다가 또 다시 마음 다잡고 일어서고
열심히 노력하여 성취하고,  그리고 기울기를 반복하다 보면
세월은 덧없이 흘러 우리의 육신은 훍속으로 돌아가나니... 
베풀 수 있을 때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 합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  멘!

탱주님의 댓글

탱주 작성일

?...........

직지소심님의 댓글

직지소심 작성일

공감하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금강님의 댓글

금강 작성일

좋은글 잘보았읍니다

호반의오빠님의 댓글

호반의오빠 작성일

공감 합니다. 모두가 도를 넘는 탐욕과 평정심의 결여가 아닐지요?~~~

용용이님의 댓글

용용이 작성일

공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