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렬의 색상 주금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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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에서 흔히 접하는 선물용 동양란은 난의 종류라는 이유 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반면 미술성과 종자성(種子性), 그리고 작품성까지 더해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한 분의 분재처럼 여기며 고귀하게 다루어지는 한국 춘란은 한 촉에 몇천원에서 몇억원까지 거래되는 자연이 내린 보석이자 황금알을 낳는 기적의 도시농업적 작물이다. 춘란을 포함한 동양란에서 화예품(花藝品) 중 가장 신비한 색상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주금(朱金)색이다.
주금색화란 난초의 꽃잎이 주홍 색상에 순금 빛깔이 혼합되어 불그스레하며 번쩍번쩍 광채가 나는 색상으로 핀 난초 꽃을 뜻한다. 춘란에 나타나는 우수한 주금색화는 다른 화훼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상이다. 실제로 야생에서 바람 부는 날, 꽃잎에 들어 있는 주금색상에 햇볕이 반사되어 번쩍인다.
선물용 동양란에는 없지만, 춘란이 아닌 동양란 중에 주금화가 드물게 있는데, 꽃잎에 나타난 색상의 미묘한 차이에 의한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동양란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처럼 빛깔을 중시한다. 필자가 한국 춘란을 세계화해보려고 프랑스 바이어에게 여러 색상의 한국 춘란을 선보였더니, 유독 주금화에 관심을 보이며 많은 양을 주문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바이어는 “난 수입을 많이 해보았고 세계 각국에서 나오는 많은 종류의 난을 보았는데, 이 꽃(주금색화)의 색상은 정말 신비로운 빛깔을 가지고 있어 너무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렇다. 유독 한국산 주금화만 파스텔같이 빛을 산란시키며 반짝거린다.
주금화의 범위에 드는 계열은 대략 5가지 등급으로 나뉘게 되는데, 빛을 뿜어내는 계열이 가장 인기가 높다. 주금화는 정열적인 삶을 뜻하는 색상으로 주로 남성들이 선호한다. 화경과 화판에 안토시안 색소에 의한 붉은 선이나 점들이 없어 순소심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높으며, 순소심을 동반한 주금화는 매우 귀품으로 여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홍소, 동광, 홍귀비, 채운 등의 대표적 품종이 있다. 소심을 동반하지 않은 일반 옥보, 주대봉, 지인 등의 품종도 있다.
이대건(난초 명장) 작성일: 2014년 0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