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과 작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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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이나 그림, 수석, 분재 등의 취미는 돈을 많이 투자해 즐기는 부류와 소담하게 즐기는 부류, 그리고 별 개념 없이 그저 순수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부류 등이 있다. 난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달엔 크고 작은 난 전시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는데, 값이 많이 나가는 품종의 작품도 있고 그저 몇십만원 정도의 품종으로 만든 작품도 있다. 또 손수 채집하거나 얻어 기르는 민춘란에 근접한 품종의 작품도 많이 눈에 띈다.
한 촉에 수천만원 하는 난으로 만든 작품은 한 분에 수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이런 작품을 주로 출품하는 사람을 흔히 ‘큰손’이라고 부른다. 이들 가운데 순수 취미로 하는 분도 있지만 더러는 고수익을 염두에 두어 전략적 투자를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반면 이들과 달리 소담하게 한 촉당 일이십만원 이내의 품종으로 작품 활동과 도시농업적 생산 활동을 즐기는 부류를 순수 애란인이라고 한다. 큰손들과 순수 애란인들은 상호 간에 작은 벽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고가의 품종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관행이 있어 일반적인 품종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부류 중 일부는 불공정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순수 애란인도 때로는 시합이나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값비싼 품종을 구입해 출품하기도 한다.이처럼 춘란 기르기는 순수하게 취미로 하는 사람과 난을 통해 생산적 원예활동을 하는 사람, 투자의 뜻을 품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발전한다.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난은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선보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보람이다. 따라서 신품종과 고가의 품종이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큰손들은 나름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큰 규모의 대회에서 일정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탓에, 전국을 누비며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해마다 노력과 돈을 들인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난계는 나름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발전하게 된다.
이대건(난초 명장) 작성일: 2014년 0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