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8. 고가 품종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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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8. 고가 품종의 명암
우리 난계는 안타깝게도 기술과 기능 연마하기보다는 옵션을 많이 갖춘 우수 품종의존도를 통해, 평점(성적)을 높이려는 경향이 많다. 어쩜 운전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카레이서이기보다는, 경쟁자들보다 출력이 높고 속도가 잘 나오는 비싼 차를 사서 손쉽게 승부를 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고가의 나이 무조건 많은 옵션을 갖추었는가? 『그렇지 않다.』 고가의 품종은 도시농업적 측면에서는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작품시합에서는 다른 문제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수의 대규모 난 단체가 있는데 이들이 매년 수억을 들여 저변확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간 20여 년간 치러온 대규모의 수많은 시합들이 수행해야 할 숙제인 자변확대는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답답하다. 필자는 혈혈단신으로도 저면 확대 및 인구유입을 위해 여러 종류의 강좌를 2000년 이전부터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수행하고자 10여 년간 주경야독으로 대학에서 공부했다. 이런 필자의 눈에는 저변확대는 입으로만 하고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 융성을 위해 수많은 비용과 기회를 써버리지 않았는가? 의문이 든다. 대체 인구 유입이 누구를 위한 걸까? 상인들, 농가들, 아님 애호가들일까? 생각을 해보면 답답하다.
왜 이리되었을까?
우리난계의 실책 중 하나가 고가의 품종이고 인기가 높은 품종이라면 봉심이 훌렁 뒤집어져도 오케이, 난초 꽃은 고운 여성을 의인화한 것이므로 봉심(양쪽다리)을 벌리고 있으면 지조가 없는 헤픈 여인처럼 천박하다고 하는 것이고, 필자의 농장에서는 취급을 가급적 하지 않는다. 설점이은 없고 짬뽕 국물만 튀어 있어도 오케이, 설점은 여자의 화장술 중 맨 마지막에 바르는 립스틱을 그렸다고 의인화해서 보는데 매럴린먼로라 해도 립스틱을 점찍듯이 그리거나 양쪽 볼이나 이마에 찍으면 되겠는가? 또 아무리 유명하고 잘생긴 사람이라 해도 미인대회에서 립스틱을 점찍듯이 그리거나 양쪽 볼이나 이마에 찍었다면, 각설이 타령 공연 온 것도 아닌데 심사위원 모독죄로 실격 처리 되거나 정신감정을 의뢰할 것이다. 그래서 설판을 Lip(입술)이라고 하며 설점을(입술에 그린 립스틱) 이라 한다. 또한, 화형에 등급을 정함이란 누가 얼마나 예쁘냐? 를 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설점은 화형의 마지막 핵심적 포인트이다. 이렇게 매우 중요한 미적 기준임에도 화판만 둥글면 오케이, 서반인지 호피반인지 적합한 장르로 출품이 되었는지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잎이 두 장 석 장이라 작외품(作外品)임에도 오케이, 신아에만 무늬가 있어도 오케이, 일본에서 자국난으로 명명되었음에도 오케이, 후발이라 신 촉에 무늬가 들 익어 제거하고 나왔음에도 오케이, 합 식을 하였음에도 오케이, 잎에 얼룩덜룩한 병증 같은 증상의 반점이 있어도 꽃만 좋으면 오케이, 참 슬픈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치러지는 각종 대회는 생산자들을 대변하는 박람회가 있고 작품완성 기술 수준을 대변하는 대회도 있고, 명명 품이거나 무 명품을 구분해 품 종간 특성을 비교하는 시합도 있다. 각 대회는 이 특성들의 계열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 예를 들어 보겠다. 애완견 전람회에서 매년 챔피언을 받든 개가 있었는데 어느 해에 유명한 고수 한분이 초빙되어 심사했는데 실격처리를 했다고 한다. 발칵 뒤집어졌다고 한다. 이빨 몇 개가 빠지고 없었었는데 매년 입을 벌려서 이빨을 보지 않은 실수에 의해서 실격되어야 할 그 개가, 몇 년간 챔피언을 했다고 하였다. 나에게 얘기 해준 분이 그 대회의 중심적 관계자였다고 한다.
필자는 얼마 전 난초를 하다가 분제로 넘어간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나에게 난초는 예술이 아니다 돈 잔치로 비쳐진다. 벼농사 지은 분들이 가을 추수 후 매상대로 가서 등급판정 받는 것 같아 보인다. 분제는 몇 만 원짜리 소재라도 여백과 가지의 방향을 미리 구상해 자르고 감고 뜯어 가며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데, 난초는 물만 주다가 촉이 나오는 대로 두었다가 시합에 내거나, 시합 직전에 사서 마치 자신이 공들여 기른 것처럼 해서 출품하지 않느냐? 더하여 각종 시합 참여자 대부분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저 사고팔고 기르는 분들밖엔 없지 않는가? 몇 만 원짜리 다육식물 기르는 분들과 무엇이 다르랴? 특히 분제 계에서는 감히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철사걸이를, 90% 가 화경에 철사걸이를 한 채로 출품을 하다니 그것도 동내 시합도 아닌 메이저 시합에서~ 쯧쯧 혀끝을 찼다. 나는 순간 얼굴이 화끈 그렸다.
난초는 컬렉션이다. 컬렉션은 보여주기 위함이다. 보여 주려면 본인이 만들고 다듬고 애정을 쏟은 본인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한해 한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수준을 높여나가는 모습이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 난초를 보여줄 수 있는 터미널이 바로 전시회이다. 전시회에서는 품종성과 작품성의 두 가지 영역의 객관적으로 프로그램화된 양식(메뉴얼)에 따라 평가하여야 한다. 정량적 수치로 대변된 점수를 합산해 등위가 매겨 져야함에도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필자가 국가 자격증 중 가장 등급이 낮은 종자기능사 2급으로 입문하던 30년 전의 방법에서 국가 자격증 중 가장 어렵다는 대한민국명장이 되었는데도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심사방법은 우리난계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민족과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는 민족과 집단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난계는 혁신과 창조, 협업과 소통을 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머지않은 장래에 현재 잘 나가던 직업의 20%가 없어진다고 한다. 새겨 볼 대목이다.
애호가들은 가급적 일부의 기회를 분배해 훌륭한 작품을 통해 스스로는 작가(아티스트)가 되려 하면 어떨까? 싶다. 우리 전시회가 품종전람회에서 벗어나면 더 멋있는 내면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을까? 분제나 서예처럼 예술품 전시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서실에서 글씨 연습을 해야 할 시간에 왜 열심히 돈 벌어 시합 직전에 남의 작품을 사려 할까? 이렇다 보니 고가의 품종은 냉정한 평가를 받는 그 이하의 품종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대우를 받아왔다. 난계가 부흥하려면 투기장화 되면 좋지 않다. 저변확대와 외연 확대가 되려면 형평성 있는 공평함이 있어야 한다. 작금의 난계가 고수익을 위한 여러 형태의 세대 단축기법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데에 따른 한여름 폭염 시 급살 하는 통에 난계를 떠나려는 이가 한둘이 아닌 시절을 맞이하였음에도 우리난계는 정의로운 목소리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우리 난계가 고가에 메몰 되어가는 통에 천체 난실의 난초 총량의 시가 총액이 해마다 얼마씩 증발하는지를 우리는 따져 보아야 한다. 아마도 값이 올라 시가 총액에 기여하는 것의 몇천 배가 넘는 시가 총액이 해마다 증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난계가 초고가 만 있어서 과연 전시회가 되겠는가? 어쩌면 대규모의 시합이 오히려 난계저변확대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요사이 필자의 지역을 보면 필자가 입문할 당시 애호가 대비 약3%가 상인이었는데, 요사이는 도시농업의 열풍에 따라 60% 이상이 상인화 되어버렸다. 또한, 난계의 굵직한 난제가 나탔을 때 이를 해결해야 할 주체가 상인인지 애호가인지, 고참인지 신입인지, 난계의 지위가 높은 사람인지 그 반대인지, 서로 탓만 한다. 어떤 화두가 생겨도 책임질 집단은 없고 문제점만 탓을 하다 보니 한 발짝도 나아가질 못하는 현실에 놓여버렸다. 필자가 잘 아는 대가분은 급격한 인구절벽에 난계가 큰일이라고 발만 10년째 구르고 있다. 대안을 만들기 위한 공청회 한번 한 적이 없었다. 지금에 되돌아보면 진심이었는지가 의문이다.
2018.08.말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