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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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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08-05-18 20:28 조회12,962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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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신이 이 세상에 살던 때,
한 초로의 농부가 신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봅시다. 당신이 정말 신이라면,
그래서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꼭 한 마디 할 게 있소.
당신은 신일진 모르지만 농부는 아니오.
농삿일을 조금도 모르잖소.
꼭 알아야 할 게 있단 말이오."




신이 물었다.

"뭘 말하려는 건가?"

"내게 딱 일년만 주시오.
딱 일년 동안만 모든게 날 따르도록 해주시오.
그리고 가만히 지켜만 보시오.
이 세상에서 가난이 싹 걷힐 테니까."

신은 농부의 뜻대로 일년을 주었다.
물론 농부는 최선의 것을 청했다.
농사짓기에 최선의 일년을, 비바람도 없고,
천둥번개도 없고, 날씨가 고른 일년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갔다.
농부는 즐거웠다.





곡식은 잘 자랐다.
햇빛을 원하면 햇빛 좋은 날이 왔고,
비를 원하면 비 뿌리는 날이 왔다.
모든게 좋은 일년이었다. 자동적으로 잘되어갔다.
곡식이 한껏 자랐다.

농부는 다시 신을 찾아가 말했다.

"봅시다. 한 십년만 농사가 이렇게 잘 된다면
사람들이 일을 안해도 양식이 충분할 거요."




이윽고 곡식을 거둘 때가 되었다.
그런데 죄다 껍데기만 있을 뿐.
알맹이는 한 알도 없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농부가 신을 찾아가 물었다.

"이게 어찌된 겁니까? 뭐가 잘못된 겁니까?"

신이 말했다.

"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란이, 갈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방해되지 않고 좋지 않은 건 죄다 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껍데기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약간의 수고는 해야지 않겠느냐.
약간의 고난이 천둥, 번개, 비바람이 있어야 하질 않겠느냐,
그래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영글지 않겠느냐."

- 박상준 편저<동냥그릇> -


댓글목록

이실장님의 댓글

이실장 작성일

뜻이 깊은 글입니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제일 좋은것 같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little king님의 댓글

little king 작성일

좋은글 가슴에 세기겠습니다.

아녜스님의 댓글

아녜스 작성일

우리의 인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