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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의 손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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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14-08-24 10:28 조회12,807회 댓글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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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의 손자 아이들

 

 

“할머니, 할머니도 얼른 여기 외할머니 집으로 와. 너무 좋아.” 작은 손자의 울먹이는 목소리의 전화다. 지금 손자 아이들이 진도 앞바다 조도에 있다. 조도는 상조도와 하조도로 두 조도가 있다. 그중에 하조도이다. 여름방학으로 외가에 가 있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 이불로 얼굴을 싸고 울고 있단다.


아들, 며늘애의 휴가를 맞추어 외가에서 지금 신나게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오늘이 6일째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러니 사돈 사부인께서는 섬에서 태어나셔 지금까지 섬에서 살고 계신다. 2남 2녀를 두 분은 정이 넘치시고 소박하신 분들이다. 그러면서 생활과 자식들의 교육에는 열정적이셔서 나의 며늘애를 포함해 모두 최고의 교육을 시켰으며 자녀들은 모두 결혼하여 도시에 산다.


사돈어른은 섬의 공직(우체국)에 근무하시다 은퇴하셨으나 육신이 멀쩡한데 놀면 무엇 하냐며 지금도 조도의 국립공원 관리 일을 하신다. 섬사람 모두가 우러러볼 만큼 근면하시며 매사 솔선수범을 보이시는 분이다. 그리고 작은 배 하나를 장만하셔 방학이면 다니러 오는 아이들을 위해 고기 잡는 재미를 보여주시며 같이 즐기신다. 인생의 나날을 빈틈없이 꽉 차게 그러면서도 여가를 즐기시는 정말 멋진 분이시다.


사부인 또한 부지런하셔 자그마한 슈퍼를 하신다. 예전 겨울철 농한기 때 시작하신 거다. 때로는 무인 가게이다. 모두가 한동네 사람들이라 믿고 언제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 아신단다. 물건을 갖고 이름만 적어 놓고 가면 그만이란다. 때로는 이러한 정을 그리워하는 도시 사람들을 본다. 그러면서 자식들 줄 만큼 밭농사 논농사를 지어 지금도 사시사철에 나오는 양식거리를 보내주신다. 아이들 결혼식 때 사돈께서 하신 한 말씀이다. 결혼 피로연장에서


“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 식당 주인과 이런저런 일로 절대로 언성을 높이지 말라.”고 아들 즉 사돈총각에게 한 말씀이 아직도 내 귀에 뚜렷하다. 매사에 그러하시다. 나 또한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돈어른들이시다.


그러니 아이들의 섬 외가는 여름방학을 그야말로 뜻깊게 보낼 수 있는 제일 멋진 곳인 것이다. 하조도는 진도에서 팽목항을 떠나 20~30분 거리에 있는 섬이다. 사고지점은 조도에서 좀 떨어진 곳이지만 요즈음은 팽목항 세월호 사건으로 관광객이 거의 없어 섬이 조용하다 한다. 사실은 그동안 몇 십 년을 드나들어도 장마철 쏟아지는 비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배가 뜨지 못하는 경우를 빼고는 배의 사고는 없었다 한다.


며늘애는 친정에 가서 좋고 아들의 취미는 낚시이니 삼부자가 아침 일찍부터 바다낚시를 하고 낮에는 바닷가에서 아이들은 조개와 가재를 잡고 외할머니께서 직접 잡은 전복으로 죽을 맛있게 먹었다니 손자들은 올여름 방학을 그야말로 재미있게 신나게 외가에서 멋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어제는 손자 아이들이 강성돔을 잡았다고 시끌벅적하게 서로 다투며 낚싯대를 번쩍 올리며


“할머니, 할머니 내가 잡았어.” 둘이 서로 잡았다고 소식을 전해 온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 이제 집에 가야 된다 하니 아이들이 저녁도 싫다 하고 펑펑 울고 있다 한다.


“어머니, 공부도 하지 않고 아침에 눈만 뜨면 슈퍼에서 맘대로 골라 먹고 낮이면 바닷가에서 고기 잡고 조개 잡으며 넓은 공원에서 뛰어놀고 싶은 거지요. 내일 월요일에 가자고 하니 밥도 안 먹고 엉엉 울고 야단이에요.”


“가서 어머니랑 하루 좋은 곳에 가려고 날 잡아 놓았거든요.”


“아이들이 그러는 거 당연하지 뭐. 잘 달래서 네가 괜찮으면 휴가 다 보내고 오지 뭐. 나라도 오고 싶지 않겠다. 우린 다음에 가면 되니.”


“네, 그럼 하루만 더 있다가 애들 달래서 올라갈게요.”


외가에 갈 때 아이들이 읽을 책을 준비하는 것을 내가 빼앗았다. 방학이다. 적어도 방학만큼은 어린아이지만 공부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차창 밖의 자연 경치도 저 넓은 바다도 맘껏 보고 바닷속에 무엇이 있고 바위와 돌 아래 가재가 어떻게 숨어 있고 갖가지 조개도 직접 잡아보고 해녀들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는 것도 공부이고 교육이다. 모두가 머릿속에 기억되어 훗날을 위한 산 공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용케 태풍도 비켜가서 있는 내내 비가 오지 않는단다.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갖다 드리려고 낚싯대에 걸려온 키보다 더 큰 다시마를 따끈따끈한 바위에 말리고 있단다. 미역과 다시마의 구별하는 법을 알았단다. 미역은 가운데 줄기가 있고 다시마는 없단다. 공부 잘했구나 싶다.


“할머니! 잡은 고기 그냥 다 먹어 버렸어. 미안해 다음에 꼭 잡아 가져갈게, 응?”


오는 길에 담양에 들러 쭉쭉 하늘 높이 뻗은 대나무들의 숲도 보고 온단다. 이 이상 더 산 공부가 어디 있겠는가 싶다. 아이들이 멋지게 보내고 있는 여름 방학이다.

 

 

 

 

 

댓글목록

흙진주님의 댓글

흙진주 작성일

보기 좋습니다

와우산님의 댓글

와우산 작성일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니 좋습니다.
배타고 나가시기도 한 모양입니다.
가족과의 정겨운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지요.^^

까막콩님의 댓글

까막콩 작성일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너무 보기 좋습니다...^^

맥싱님의 댓글

맥싱 작성일

손자들이 즐거운모습 글 잘읽었습니다.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

멋있습니다.
여유로움이 부럽습니다.

세모님의 댓글

세모 작성일

생활의 여유
보기에 너무 좋네요.

청운소님의 댓글

청운소 작성일

정겹게 풍경이 보여요,
잘 읽었습니다.

체키장님의 댓글

체키장 작성일

삶의 여유러움을 느껴봅니다

한라산님의 댓글

한라산 작성일

보기좋습니다

백옥소님의 댓글

백옥소 작성일

너무 너무 보기 조으네요. 부럽습니다.

해동님의 댓글

해동 작성일

삶의 여유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