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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나이 먹는 것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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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14-07-01 08:53 조회12,871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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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나이 먹는 것도 괜찮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오랫동안 만나왔지만, 아직도 친구를 만날 날을 약속하면 그날부터 마음이 설렌다. 소녀처럼. 날씨가 애매했다. 소나기가 올 확률이 있어 우산을 준비해 나가는 게 좋다 하여 가방에 우산을 넣으니 꽤 무게가 나간다. 요즈음은 가방도 가볍고 구두도 낮은 게 좋다. 나이가 먹어가며 제일 먼저 달라지는 것들이다. 가볍게 편하게 외출하기를 노력한다.

 

모임 장소는 한 친구의 아들이 매니저로 있는 시청 앞에 있는 식당이다. 좀 값이 나가는 식당이지만 친구 덕분에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 가끔 모임을 갖는 곳이다. 오랜만에 그 말 많던 우리나라의 국보 1호인 숭례문도 보았다. 날씨 탓인지 어쩐지 한적해 보였다. 앞으로는 또다시 지금 같은 잘못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큰 빌딩 앞에서 시원하게 물을 뿜어주는 분수가 더운 날씨를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준다.

 

“여기 밖에 있었네. 그동안 잘 지냈나? 들어가자.” 알록달록하고 고운 옷을 입고 먼저 온 친구의 인사말이다. “그래 너도 잘 지냈어? 언제 왔는데?”“조금 전에 왔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느라고 너는?” 서로 방금 왔다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배려를 한다.

 

5명이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몸이 아파서 못 온단다. 하루 종일 약국에서 꼼짝 못 하고 돈만 벌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그동안 하고 싶어도 못 했던 하모니카를 배우고 탁구를 치며 또 친구들을 만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친구이다. 노인 회관에 봉사활동도 하고 다닌다. 재주도 많고 마음이 고우니 친구 사이에 인기 많은 친구다. 저녁이면 온몸이 아프다고 끙끙거린다. 그러고도 다음날에 또 나간다. 식구 모두가 이해를 해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 안 있나?” "그래 그래. 이번에는 진짜 아픈가 보다." “꼬랑 꼬랑 여든 간다는 말도 안 있나?” 우리는 맞장구치며 까르르 웃었다. 맛있게 점심을 먹으며 우리는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상 차려진 식탁을 찍어서 약 오르게 메일로 보냈다. 약 오르게 하지 말란다. 아침도 못 먹었단다. ‘누가 이날 아프라고 했나?’

 

“좀 그렇제?” 오늘 제일 화사하게 옷을 입고 온 친구가 어색해하며 물었다. “무슨 말이노? 나이 먹을수록 좀 화사하게 입어야 하는 기라. 그래야 밝아서 덜 늙어도 보이고 그렇다고 이제 우리보고 뭐라 할 사람도 없는 기라. 과하지만 않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되는 기라.”

 

“야야! 나는 나이 먹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안 그러나?” 여의도 사는 친구의 말이다. “나는 다시 젊어지라면 안 그라고 싶데이. 와 젊어서 했던 그 고생을 또 다시 하노 말이다. 지금이 얼마나 좋노.” “맞데이, 맞데이.” 하고 우리는 다시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 지난날은 지나갔다. 종종 그동안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이렇다 할 일도 하나 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은 것 같아서 후회도 해본다. 그러나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도 없거니와 다시 젊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후회도 생각도 할 필요는 없다.

 

다시 젊어진다고 많고 많았던 여러 가지 일들을 또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나이 먹어 좋은 점을 생각해보니 꽤 많다. 우선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마치 해야 일을 다 마친 것과 같이. 그리고 삶에 느긋하고 여유가 있어 생기지 않았는가, 그저 지난 온 생활에 그저 감사만 하면서 지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 잘 지내는 것처럼.

 

그 덕분에 이렇게 여유 있게 친구도 만나고 즐겁게 웃을 수 있을 수 있으니. 맛있게 먹고 실컷 웃고 우리는 더 나이 먹기 전에 자주 보자고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나는 지금이 좋다. 그동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컴퓨터를 배워 글도 쓰고 친구도 자주 만나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베란다에서 나날이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차 한 잔 두 손 모아 감사하게 마시며 행복한 생각을 하고 있다.

 

아침저녁 꽃들에게 ‘안녕 잘 잤니? 목마르지?’ ‘너는 잎이 지고 있구나. 그리고 새잎을 내 보내주는구나.’하고 인사 한 번 해보는 시간도 나의 지금의 여유에서 나오는 시간이다. 게다가 젊어서 못 갔던 영화관도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지금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 아마도 지금 나의 친구들은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목록

흙진주님의 댓글

흙진주 작성일

세상사는 이야기 재미있내요~~~~~~~ㅎㅎㅎ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

그렇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맥싱님의 댓글

맥싱 작성일

글 잘읽었습니다.

풍란초님의 댓글

풍란초 작성일

잘보았습니다,,,,

꿀벌님의 댓글

꿀벌 작성일

부럽다고 해야 되나 몰라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