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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작은 텃밭속의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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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13-07-15 23:34 조회16,776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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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작은 텃밭속의 토마토 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작은 텃밭속의 토마토


속리산 기슭에 사시는 아버지께서 지난주부터  매일 매일 전화를 하시며

 

" 언제 오냐?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주렁 주렁 달렸으니 따가거라. 고추도." 하셨다.

"주말에 갈께요." 하였는데, 매일 한번씩 전화하셨다.

"언제 온다고?"

"출발했냐?"

"몇시쯤 온다고?" 귀가 좀 어두우시다. 92세다.연세가 연세이시니......

 

오늘이 토요일이라 이번엔 작은 아들네랑 남편이랑  다녀왔다. 가는 길을 이번엔 네비게이션이 예전 보다

다른 길로 안내했다.초록들판엔 하얀 왜가리들이  한가히 먹이를 찾고  있다. 초록과 하얀색이 너무 깨끗하다.

 파주길로 들어서니 아주 옛시골집들이 많다. 전신주 전기줄들이 다닥 다닥 가늘게 집으로 늘어져

여러 가닥씩 들어가있다. 요사이는 제비 보기가 어렵네 하고 말했더니 아들이 말하기를 요즈음은 까치가

텃새 턱을 단단히 해서 웬만하면 다른 새들을 다 쫒아버린다고 하네요. 그럴듯하기도 합니다.

동네 이름도 특이했다. 영태 1리 2리 (영태는 남편 이름이다.) 웃었다.  길가에 핀 꽃들이 이뻤다.

해바라기도 키를 자랑한다. 누가 키다리라 안할까봐. 근데 벌써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세월도 모르나 보다.

 

지난번 다녀올때는 이제 갖심어 30cm쯤커서 언제 커서 따 먹나 했었는데 날씨가 더워서그런지 벌써 훌쩍 커서

뻗어올라가 어느사이  방울 방울 대추 토마토가 많이도 달렸다. 아버지는 6월 말부터 익어 따기 시작하셨다한다.

매일 한바가씩은 딴다한다. 아버지야 10개정도면 충분하신다한다. 이웃 집에 ,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한주먹씩 따 먹으라

하신다. 교회가실때도 노인정가실때도 따 가신다한다. 그래도 자고 나면 또 익는다 한다.

고추도 어쩌면 잘도 많이도 가지가 부러지게 달려있다. 안매운 고추, 매운 고추,피망, 상추,파, 작지만 채소 박물관이다. 

모두 모두 이웃 몫이다. 자식들은 멀리 살어 자주 못오고 달달이 번갈아  다녀 가니 재수가 좋아야 몫이 돌아온다.

 

토마토를 따고 있는데 이웃 아주머니 붓추전을 한접시 갖고 오셨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웃사는 분인데

토마토를 매일 한줌씩 따가라했더니 고마워 가끔 반찬등 과일을 갖고 오신다한다.

그래서 이웃 사촌인가보다. 요즈음 아버지는 교회다니시고 노인정다니시고 텃밭키우시느라 정신 없이

그 맛에 사신다 한다. 땅이 아니라 큰 푸라스틱 화분에 심으시지만 모두 잘도 자란다.

 

"할아버지 어쩜 이렇게 잘 키우세요? 고맙습니다." 이 한바디에 하루가 덩실 덩실 즐거우신다. 

 

어버지는 젊어서부터 꽃과 동물을 좋아하셨다. 대구에 사실때도 화단에 많은 종류의 꽃도 심으시고 가꾸셨다.

비오는 날이면 꽃 모종하는 날이다. 작은 꽃 삽을 갖고 여기 저기 심는다. 과꽃도 봉숭아도 채송화도 ......

새도 기르셨다. 내가 어렸을때 방안 가득 십자매, 문조, 잉꼬새등이 가득 한 기억이난다. 취미로 기르셨는데

십자매는 알도 잘 까서 이내 늘어나서 먹이도 많이도 들었다. 그래도 퇴근하시면 상추 배추를 씻어 새집에 꽂아주시고 

먹이도 쌀집에서 벼에서 쌀로, 그리고 쌀에서 돌을 고르면 싸레기란는것이 나오면 좁쌀과 함께 썪어 주셨다

동네 꼬마들이 이쁘다 이쁘다 하면 아이들이 이뻐서  한쌍씩 나누어 주시곤했다.

나는 새들에게 먹이를 주다 새장 문을 얼른 열고 얼른 닫아야하는데 좀 늦으면 새는 어느사이 날라간다.

그러면 날라간 새를 잡으로 나가면 어느사이 동네 아이들 다 뛰어  나온다.

 

"여기있어요." "저기 있어요." 아이들의 고함 소리에 이리 뛰고 저리뛴다.

집에서 키우는 새들은 멀리 날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이내 잡힌다. 

 

이렇게 아버지는 인정이 많으시다. 오늘 따도 내일이면 또 토마토는 익는다.  그리고 매일 매일 한바가지씩 익어가는 토마토

모두가 이웃들에게 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애가

"와~~~~~ 제비들이 있어요. 엄마 전기줄 위좀 보세요. " 조용히 말하네요.

하늘위를 보았더니 전기줄에 제비들이 나란히 나란히 앉아있네요. 알에서 태어난지 얼마 안된것 같았습니다.

좀 어린것같아보였습니다. 옆 텃밭에는 잠자리들이 떼를 지어 새카맣게 날고 있었습니다.

 

돌아 오는 길 마음이 가벼웠다. 아버지를 보아서 좋았고 자식에게 주고 싶어 마음이 애탓던 아버지의마음도

덜어 드려 좋았고 토마토도따고 고추도 따서 좋았고 오랫만에 강남에서 온 제비도 보아 좋았다.

 

토마토 넝쿨 걷기전에 다시 한번 갔다와야겠다. 그런네 내 몫이 남아 있을려나...............

댓글목록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

아버지는 사랑의 열매를 기르고 계시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아카시아님의 댓글

아카시아 작성일

글 잘있구갑니다.

삐돌이님의 댓글

삐돌이 작성일

글 잘읽었습니다.

탱주님의 댓글

탱주 작성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자아님의 댓글

자아 작성일

작은 정원입니다. 보기 아주 좋습니다.

꿀벌님의 댓글

꿀벌 작성일

아름다운 그림이 보입니다 ^^

율리님의 댓글

율리 작성일

^^*

초보꾼님의 댓글

초보꾼 작성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