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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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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정곤 작성일09-01-05 11:27 조회9,608회 댓글1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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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갇힌 죄수처럼 대화에서 제외된 어머님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길래

지난해 12월이 다 지나갈 무렵...

"엄마~!! 포항 이모네서 엄마 형제들 계모임 한다꼬 외삼촌이 왔시머 카더

라.

 포항꺼지 차 탈 수 있겠나?"

"그렇제~~ 내가 거~까지 차로 타 내겠나..."

말끝을 흐리는 어머님의 목소리에는 형제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묻어 납니

다.

작은 누님께 전화를 했지요.

"누님~!!! 내요. 엄마 목욕 좀 시키줄래?"

"시간나면 모시고 온나...."

세상에 늙을수록 대접받는것은 호박 밖에 없다는 옛말을 근간에 몸으로 느끼

기 때문에,,,

누님들에게 엄니 목욕 부탁 전화하는것 조차 쉽게 손이 가질 않습니다.

그래도 수월하게 대답을 해주는 작은 누님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외삼촌이 계중한다꼬 엄마 포항 모시고 오라카는데 우짜꼬?"

"차로 거꺼정 탈 수 있겠나? 차 탈 수 있는가 보고...."

그렇게 목욕을 시켜놓고 상황을 보기로 했습지요.

다음날 출근 해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큰누님 전화가 왔더군요.

"야~야~!!! 니는 정신이 있는 아가 없는 아가? 엄마로 어디 포항까지 델고

간단 말이고.

 외삼촌한테는 내가 몬간다꼬 전화 해 놨으이까네 그리 알아라..."

저녁때 걱정이 되어서 작은누님댁엘 갔더니 힘없는 할마시가 더 풀이 죽어있

더구만요.

맘이 짠 할 수 밖에요.

"엄마~!! 차 거마이 타겠나? 포항까지...."

"몰라~~...."

"엄마 약 사묵꼬 일단 내캉 함 가보자."

"가다가 멀미하머 우짤라꼬..."

"까짓거 멀미하머 다부 돌아오머 되지머.. 오는 공일날 내가 태아다 주꾸마.
걱정 하지 마래이~"

"영천에 너거 큰외삼촌이 인자 사람도 몬알아본다 카더라. 포항보다 영천을

함 댕기 왔으머 싶다."

"일단 함 보고~~."

집에와서 우리 각시보고 이야기를 했더니 의외로 순순하게 대답을 하네요.

"큰 형님 못됐따 그죠? 그냥 어머님 모시고 한번 가 보이소, 더 힘없으면 진

짜 못가보잖아요.

그때 후회 하지 말고,,,,"

"알따... 그기 좋겠제?"

그래서 일요일 새벽 네시에 일어나 작은 누님댁에 가서 멀미약 드시게 하고

한시간쯤 있다가 드디어 출발 했답니다. 포항으로 말이죠.

초행길이라도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한 탓에 두어시간이 안걸려 도착을 했답니

다.

차만 타면 시동걸기 전에 멀미하는 울 엄니 우찌 되었느냐구요?????

"엄마 동생들 보러 간다꼬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멀미 하나또 안하네?" 했더니

노안에 미소가 돌면서...

"야야~!!! 내가 멀미약 묵으머 멀미 안한다."

"아이구 내가 우리엄니 멀미 실력을 모리는줄 아나???  친정간다꼬 기분이

좋아서 멀미 안하구마느...."

2008년 끝자락에 포항까지 갔다가

일주일 후인 지난 3일엔 포항서 영천의 외삼촌 댁까지 들러서

80대 중반의 노인네들 남매 상봉까지 시켜 드리고 왔답니다.

두손을 꼬~~옥 붙들고 눈물을 지으시는 모습이

어쩌면 이생의 마지막 상봉인듯하여 맘이 짠 하더구만요.

그냥 저렇게 늙어가는게 인생인데 싶기도 하구요.

이렇게 새해 첫 주말은 또 내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우리도 세월가면 늙을텐데....

오늘은 퇴근길에 자녀들을 챙기기 보다,

맛난 과자라도 하나 챙겨서 부모님들과 의미없는 대화라도 나누어 보시면 어

떨런지요.

 

댓글목록

지멋대로님의 댓글

지멋대로 작성일

가슴이 찡하네요!!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 지네요..

바드리님의 댓글

바드리 작성일

효도 하셨네요. 좋은일 하셨습니다...~

조원자님의 댓글

조원자 작성일

가슴이 찡하면서도 정겹고 행복한  모습들을 상상해봅니다.
2008년 끝자락  날들을 정말 뜻 깊게 보내셨습니다.
올 새해에도 어머님과 멋지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갯바위님의 댓글

갯바위 작성일

가슴에 와닫는 말씀입니다..

만공님의 댓글

만공 작성일

언제나 그리운 어머이입니다.
늘 훈훈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군자란님의 댓글

군자란 작성일

가슴찡한 글 즐독 하고 갑니다.

지존님의 댓글

지존 작성일

올해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운해님의 댓글

운해 작성일

행복 하세요^^

운곡선생님의 댓글

운곡선생 작성일

가슴이 찡해 오네요.감사 합니다.

fishfox님의 댓글

fishfox 작성일

아주  가슴이  정말찡하네요  눈물이남니다

김영주님의 댓글

김영주 작성일

무료분양을위하여. 점수........

땅꼬마님의 댓글

땅꼬마 작성일

가슴이 정말 아려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