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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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08-05-18 20:28 조회14,191회 댓글3건본문
아주 오랜 옛날,
신이 이 세상에 살던 때,
한 초로의 농부가 신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봅시다. 당신이 정말 신이라면,
그래서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꼭 한 마디 할 게 있소.
당신은 신일진 모르지만 농부는 아니오.
농삿일을 조금도 모르잖소.
꼭 알아야 할 게 있단 말이오."
신이 물었다.
"뭘 말하려는 건가?"
"내게 딱 일년만 주시오.
딱 일년 동안만 모든게 날 따르도록 해주시오.
그리고 가만히 지켜만 보시오.
이 세상에서 가난이 싹 걷힐 테니까."
신은 농부의 뜻대로 일년을 주었다.
물론 농부는 최선의 것을 청했다.
농사짓기에 최선의 일년을, 비바람도 없고,
천둥번개도 없고, 날씨가 고른 일년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갔다.
농부는 즐거웠다.
곡식은 잘 자랐다.
햇빛을 원하면 햇빛 좋은 날이 왔고,
비를 원하면 비 뿌리는 날이 왔다.
모든게 좋은 일년이었다. 자동적으로 잘되어갔다.
곡식이 한껏 자랐다.
농부는 다시 신을 찾아가 말했다.
"봅시다. 한 십년만 농사가 이렇게 잘 된다면
사람들이 일을 안해도 양식이 충분할 거요."
이윽고 곡식을 거둘 때가 되었다.
그런데 죄다 껍데기만 있을 뿐.
알맹이는 한 알도 없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농부가 신을 찾아가 물었다.
"이게 어찌된 겁니까? 뭐가 잘못된 겁니까?"
신이 말했다.
"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란이, 갈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방해되지 않고 좋지 않은 건 죄다 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껍데기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약간의 수고는 해야지 않겠느냐.
약간의 고난이 천둥, 번개, 비바람이 있어야 하질 않겠느냐,
그래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영글지 않겠느냐."
- 박상준 편저<동냥그릇> -
댓글목록
이실장님의 댓글
이실장 작성일
뜻이 깊은 글입니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제일 좋은것 같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little king님의 댓글
little king 작성일좋은글 가슴에 세기겠습니다.
아녜스님의 댓글
아녜스 작성일우리의 인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