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의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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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춘자 작성일08-07-02 16:34 조회23,596회 댓글14건본문
엄니의 손가락
내가 결혼 전 간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25살 남짓 되어 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병원 문 앞에 서있었다.
아마도 모녀인 듯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주머니! 아직 진료 시작되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오셨구요."
" ..... "
" ..... "
내 말에 두 모녀가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마주 보았다.
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두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
그러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있었다.
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오시고,
나는 두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얘가...제 딸아이예요.
예..옛날에..그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다행이 네 손가락은 접합수술에 성공했지만...
근데...네...네 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네요...
다음달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게 됐어요.
사위 될 녀석은 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에미...
보잘 것 없고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줬지만
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 게
이 못난 에미의 바램이예요.
그래서 말인데 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으로 접합수술이 가능한지........ "
그 순간 딸도 나도 그리고 원장선생님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원장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그럼요..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두 모녀와 나도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댓글목록
바레스님의 댓글
바레스 작성일
^^간호사 출신 이시군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겠습니다.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 주세요.
삼족오님의 댓글
삼족오 작성일가슴이 뭉클 합니다. 과연 저도 부모님과 자식을 위해 손가락을 자를수 있을지..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참 아름다운 예기 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littleking님의 댓글
littleking 작성일
부모님의 자식사랑 그 단면인거 같습니다.
좋은것 맛난것은 모두주고싶고 신체의 일부라도 주고 싶은것이 부모님들 마음이라봅니다.
군자란님의 댓글
군자란 작성일부모맘 1/10만 헤아려도~~~
소나무님의 댓글
소나무 작성일사랑이야기 ㅎㅎㅎ
한솔님의 댓글
한솔 작성일부모는 자식에게 목숨도 주는존재죠 그런데 자식들은
정관성님의 댓글
정관성 작성일
훈훈한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길상님의 댓글
길상 작성일
가슴이 미어지구만요
내리사랑이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리다 갑니다
강철병님의 댓글
강철병 작성일가슴이 뭉클한 사연 잘읽고 갑니다
신정곤님의 댓글
신정곤 작성일
짠~ 합니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원자님의 댓글
조원자 작성일
가슴이 뭉클하네요.
감동의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탱주님의 댓글
탱주 작성일ㅈㄱ...
아녜스님의 댓글
아녜스 작성일감동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