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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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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정곤 작성일09-01-15 14:38 조회24,557회 댓글17건

본문


아내에게...(펌)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빔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 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 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울부 짖었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실제 모병원에서 소개된 사연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절절한 심정이 
  가슴을 아릿하게 파고듭니다. 아내... 남편... 
  
  보통 인연으로 만난 사이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마음, 제껴두지 마십시오. 
  지금 더 사랑하고 더 아끼세요..
  
  그리고 "사랑한다고 표현해주세요."



댓글목록

바드리님의 댓글

바드리 작성일

가슴 아릿한 얘깁니다 .
 실화라니 너무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가슴한곳이 짠~하니 여운이 남습니다.

강봉우님의 댓글

강봉우 작성일

눈물이 나네요...

pipine님의 댓글

pipine 작성일

평소 아내의 고마움을 못느끼고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슴이 찡하게 절로 눈물이 나네요.... 아내에게 잘해야 되겠습니다.
저도 잘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멋대로님의 댓글

지멋대로 작성일

읽었던 글인데 다시보니 가슴이 찡하네요~
항상 좋은일만 있기를 빌어 봅니다..

운곡선생님의 댓글

운곡선생 작성일

눈물이 앞을 가려서 제대로 읽지를 못하겠네요.

prima님의 댓글

prima 작성일

눈물이 참기가 힘듭니다......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

참 찡합니다.

정상현님의 댓글

정상현 작성일

눈물이 앞을가리는군요
언제 제게도올지도 모을일 아내에게 더욱잘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되는군요

유수님의 댓글

유수 작성일

가슴이 뭉클해지고 숙연해집니다. 이기심을 버리고 늘 아내와 함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호하호하님의 댓글

호하호하 작성일

회사일로 술한잔 진하게 하고 새벽에 이 글을 읽습니다.
이미 오래된 젊은 시절,
매번 아내의 잔소리...그리고 아내의 고단한 모습...
지금보다 더 사랑하겠습니다.

리틀킹님의 댓글

리틀킹 작성일

가슴이 찡하내요!
이제부터라도 사랑한다는 야그허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문상록님의 댓글

문상록 작성일

오늘부터라도 아내에게 따뜻하게 대해줘야겠습니다...

운해님의 댓글

운해 작성일

항 상 곁에 있어 고마운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려 머리을 밀었습니다.
좋은글 올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정관성님의 댓글

정관성 작성일

늘 옆에 있어 무관심하게 지나온것 같네요.
아내에게 잘해야 되겠습니다. 있을때 잘해라는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조원자님의 댓글

조원자 작성일

가슴이 아파옵니다. 눈물이 납니다.......

김영주님의 댓글

김영주 작성일

또 올라갑니다 ..점수......

땅꼬마님의 댓글

땅꼬마 작성일

흠...가슴이 아파오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