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만두집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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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수거 작성일09-04-15 10:29 조회21,433회 댓글24건본문
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만두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 중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우리 가게에
나타나는 겁니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온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합니다.
두 노인은 별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생각난 듯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했습니다.
대체 저 두 노인들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글쎄요.
부부 아닐까요?
부부가 무엇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요?
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
부부 같진 않아.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이루지 못한 사랑.
그런데 몇 십 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서로에게 가는 마음은 옛날
그대로인데 서로 가정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
아주 소설을 써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을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
안색이 지난 번 보다 아주 못하신데요?
아내 역시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어깨를 들썩거렸습니다.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놔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갔습니다.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어미 닭이 병아리를 감싸듯
감싸 안고 가는 할아지.
두 노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아내 말대로 첫사랑일까?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머? 비가 오네.
여보, 빨리 솥뚜껑 닫아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 닫을 생각보다는
두 노인의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산도 없을 텐데
다음 주 수요일에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 가게에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처음엔 몹시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노인에 대한 생각이
엷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사람인가 봅니다.
자기와 관계 없는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날, 정확히 3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난 겁니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영락없이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조금 웃어보였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 하는 겁니다.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랬습니다.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너무 안타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 아들 집에
사셨답니다.
"두 분이 싸우셨나요?
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우리가 싸운 게 아니라 며느리들끼리
싸웠답니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분씩 모시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두 분은 일 주일에 한번씩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만난 거랍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 가셨답니다.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우리는 또 다시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습니다.
할아버지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
펌
댓글목록
공수거님의 댓글
공수거 작성일
인용: 이 내용은 현세대의 현실 입니다
정말 이럴때 세상이 조그만하게 보입니다.
시계는 아무말 없이 흘러갑니다.언제간~~우리도 이 세대 거쳐갑니다..
초보자님의 댓글
초보자 작성일
할말이 없네요. 가슴이 너무도 찡한것이..
맞아요 우리도 이세대를 거쳐갑니다. 세월의 흐름은 막을수 없지요.
다시금 부모님 얼굴을 상기시켜 봅니다.
감동적인글 잘 읽었습니다.
소시미님의 댓글
소시미 작성일......................................... 아파집니다 ....
지멋대로님의 댓글
지멋대로 작성일
최근에 본 기사인데 성인 10명중 자식이 부양해 줄거라고 대답한 사람이 1명이었다고 하던데..
난이라도 잘 키워서 노후를 보내는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런지...
숲향기님의 댓글
숲향기 작성일
며느리들끼리 다퉈서 생이별 하였다면, 아들들이 묵인하고 있었다고 봐야지여,,,
씁쓸합니다만, 예전의 자식(아들)교육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죠.
요즘은 품안에 자식이지 출가하면 늙그막에는 아예 따로 사셔야 할꺼예요.
자식을 키우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지요, 잘 키워서 사회로 내 보내면 도리 다하는거죠.
평소에 노후대책 준비 잘 해두세요,,,
김영주님의 댓글
김영주 작성일어절수 없는 이현실이 마냥 서글프 지기만합니다...
난향유린님의 댓글
난향유린 작성일
이런 노후의 관리를 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죠.
우리도 이렇게 할수있습니다. 뭔소리냐구요????????
남북간 군비 경쟁만 안하면 이렇게 하고도 돈이 남을 겁니다.
그런데 갈수록 남북 대치는 심해지고 예전의 박통시절로 돌아가는것 같아 답답하지요.
그시절이 남북관계에선 좋있을까요? 곧 전쟁날것 처럼 분위기가 불안했던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남북관계가 잘 되어 서로 죽이는 무기개발에 돈들이지 말고 서로 사는 길을 택하면 노후에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고 국가에서 효도를 할수 있는데...
나도 부모에게 못하는데 제가 자식들에게 뭔가를 기대한다는것은 넌센스라고 봐야죠.
그래서 늙어지면 자식들에게 모든걸 맡기면 절대로 안됩니다.
이제는 집이라도 맡기면 은행에서 최소한의 삶을 살수 있는 제도도 있으니 그렇게 사는게 현명한듯 합니다.
일생일란님의 댓글
일생일란 작성일
복지예산의 집행만 적절하게 이루어 진다면 복지예산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은 지원이 많아서 주체를 못하고 다른 쪽은 굶어죽는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처음에는 복지담당 공무원들 과로사한다더니 지금은 어지간한 동사무소에는 복지담당이 2-3명이고
인턴, 공익까지 거느리고 일합니다. 게다가 관리감독이 안되니 일부지만 돈을 빼돌려서 외제차타고 명품
핸드백 들고 다니다가 감사에 걸려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비단 복지예산뿐이겠습니까? 연말마다 보도블럭 갈아치울 돈이면 뭘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돈 같으면 그렇게 흥청망청 할까요?
하늘님의 댓글
하늘 작성일가슴이 너무 아픔니다.
해운대님의 댓글
해운대 작성일
정말 마음 아픈 현실 입니다. 부모는 열자식 키워도 열자식 한부모 못모신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말 입니다. 지금도 부모님을 생각하면 분명 잘 해드린 것도 있지 싶은데 하나도 생각이 안나고 못한 것만 생각이 나 마음이 아픈데... 그 며느리도 늙으면 똑같은 처지가 될것을. 자신은 영원히 나이 먹지 않을 것 처럼
후회는 항상 뒤에 오기 마련인것을.....
미리내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비가오네요!!!
갯바위님의 댓글
갯바위 작성일슬픈사연보니 날씨도 아는지 비가오는군요..
구절초님의 댓글
구절초 작성일찡~~ 하네요....글 잘 읽었습니다.
중투복색님의 댓글
중투복색 작성일가슴이 짠 하네요..
큐폴라님의 댓글
큐폴라 작성일허이구~~~~~~~
무명님의 댓글
무명 작성일감동적인글 잘 읽었습니다
운곡선생님의 댓글
운곡선생 작성일내 마음에 잔잔한 물이 빗물이 되어 흐릅니다.
혜관님의 댓글
혜관 작성일우리모두 부모님께 효도해야 되겠지요? 당연하지요!
땅꼬마님의 댓글
땅꼬마 작성일아...두 노부의 애틋한 사랑..가슴이 찡하네요.
정관성님의 댓글
정관성 작성일가슴이 아프네요.....
바드리님의 댓글
바드리 작성일
가슴아픈 얘깁니다...~
노년엔 자식한테 메달리기보단 난초랑 같이 살고 싶네요...!
호정님의 댓글
호정 작성일찡합니다뇨~~
송보섭님의 댓글
송보섭 작성일눈물이 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