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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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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수거 작성일09-04-01 10:48 조회45,006회 댓글2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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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의금 1만3천원 고물상의 저자 이철환 님의 실제 이야기랍니다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아이를 등에 업고서 토막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 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땀을 흘리며

나타난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의 아내를 통해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만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커 사과장수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우며 번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 먹기 위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젯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 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축의금 일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어젯 밤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 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에 서서...
행복한 고물상의 저자 이철환 님의 실제 이야기랍니다.  (펌)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댓글목록

신정곤님의 댓글

신정곤 작성일

예전에 읽은 글이지만, 다시 보니 또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雲河님의 댓글

雲河 작성일

절친한 친구간에 느끼는 가슴찡한 글 잘 읽었습니다.

땅꼬마님의 댓글

땅꼬마 작성일

글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찡해오네요..

바드리님의 댓글

바드리 작성일

좋은글 고맙습니다...가슴짠한 글 ~ 감동먹고 가네요...!

지멋대로님의 댓글

지멋대로 작성일

찐한 감동이 밀려 오네요!!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운해님의 댓글

운해 작성일

좋은글 마음속으로 잔잔한 파도가 일렁 이게 하네요^^

김영주님의 댓글

김영주 작성일

아!!! 감동 그 자체..실제 이야기였군요.........

호정님의 댓글

호정 작성일

찡한..가슴..안고 갑니다.

돌이님의 댓글

돌이 작성일

엉...엉....어.....ㅇ

이훈규님의 댓글

이훈규 작성일

눈에  이슬이......

혜관님의 댓글

혜관 작성일

좋은 친구들 이네요 눈시울이 아린거리네요***^^^

조원자님의 댓글

조원자 작성일

감동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정관성님의 댓글

정관성 작성일

우정은 돈으로 바꿀수 없을 만큼 값진것이지요...
가슴이 뭉클한 글 잘 읽었습니다.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

이글이 실제 있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나에겐 이런 친구가 한명도 없을것 같거든요.
너무 부럽습니다. 이글의 주인공들이...........

중투복색님의 댓글

중투복색 작성일

좋은 친구를 두셨으니 부러울게 없겠습니다...참 부럽습니다..

구절초님의 댓글

구절초 작성일

글을 읽다 눈시울이 ....보기좋은 모습입니다.

호하호하님의 댓글

호하호하 작성일

사과 한봉지와 일만삼천원....오늘 다시 진한 사람의 내음을 느끼고 갑니다...잊혀지지 않을...

갯바위님의 댓글

갯바위 작성일

열심히 사는 모습 너무 아름답습니다..
나에게도 저런 친구가 있다면 한참생각 하며 갑니다..

군자란님의 댓글

군자란 작성일

눈물이 핑 도냉~~

소나무님의 댓글

소나무 작성일

잘보고갑니다. ㅎㅎㅎ

공수거님의 댓글

공수거 작성일

요즘 경기가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지금 이곳 회사에서도 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조금씩 도우면서 살면 좋게네요,,
혹 오늘 장사하시는 분 보시면 가족에게 맛있는 것 사다주시는 센스 한번 하세요,.
저도 마트보다 과일은 길에서 많이 구매합니다,,(싸고 맛도 있어요)
어려울수록 사람은 그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합니다.언제가 큰 시련이 와도 얼마든지 이겨 낼수 있으리가 생각됩니다.

일생일란님의 댓글

일생일란 작성일

흠...가난하지만 부자인 친구들이네요...

운곡선생님의 댓글

운곡선생 작성일

흠!!! 왜 이리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지.........

무명님의 댓글

무명 작성일

눈시울이 아파 집니다

메론님의 댓글

메론 작성일

오 찐한 감동이 내 눈에도 어느새 이슬이 고여요.

산과바다님의 댓글

산과바다 작성일

감동입니다,,,,소중함이 무었인지,,새삼느낍니다,,^^

죽림필부님의 댓글

죽림필부 작성일

여러번 읽었지만 이 글을 대할 때 마다 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변치않는 우정이 이런 것인데....살며 잃어버린 친구가 너무 그립고 아쉬운 순간입니다.
가슴엔 늘 있는 친구...좋은 친구로 살기도 어려운것 같습니다...

남풍님의 댓글

남풍 작성일

우정까지 메말라가는 그런 세상같습니다..

초보자님의 댓글

초보자 작성일

올라오는 새로운 글이 없어서 예전에 올린 글 중에서 참 감명깊이 읽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 용기를 잃지말고 참다운 우정의 나래를 펼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