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의 어원은 ‘굽다’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인 ‘Ankylosis’와 척추체를 뜻하는 ‘Spondylos’의 합성어에서 유래되었다.
다시 말해 척추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서서히 척추가 숙여진 자세에서 굳어지는 병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류마치스 관절염이나 통풍성 관절염 등은 손가락, 팔목, 무릎, 엉덩이 관절 같은 팔다리의 관절이 붓고 아프게 된다. 그러나 척추 관절염은 주로 척추 주변의 관절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요통이나 몸통부위의 통증, 가슴 통증 등을 일으키게 된다.
강직성 척추염 원인과 발병률
현재까지 이 질환의 원인은 불분명하나 HLA-B27항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이 항원은 전체 인구(백인)의 약 7%에서만 발견되고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88~96%에서 이 항원에 양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HLA-B27이 강직성 척추염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는 불확실하나, HLA-B27에 의해 생성되는 단백질이 추가적으로 다른 유전자와 합동하여, 또는 어떤 환경적인 요인과 결합되면서 면역 반응이 유발되어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남녀 발생빈도는 과거의 문헌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2~3배 호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최근의 보고에는 남녀의 발생빈도는 유사하며 단지 질환의 이환 정도가 여자가 남자보다 덜 심하다고 한다.
강직성 척추염 증상
강직성 척추염에서 보이는 요통은 1달 이상 서서히 진행되고, 자꾸 반복해서 생기게 된다. 움직이면 아프고, 가만히 있으면 줄어드는 다른 요통과 달리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와 엉덩이 부분이 뻣뻣하고 무겁게 느껴지고, 조금 움직이거나 찜질을 하면 낳아지게 된다. 또한 과음을 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더 아프게 느끼게 된다. 매우 진행된 강직성 척추염은 새우처럼 구부정한 자세를 보이고 요추부의 정상적인 관절운동이 소실되어 있다. 하지만 질환의 초기에 이러한 증상은 미미하고 다른 질환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특징적이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섬유 부착부의 병변(Enthesopa-thy)만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즉 발뒤꿈치나, 대퇴골의 대전자부, 장골능, 척추의 극돌기 그리고 늑흉골 관절부 등을 직접 만졌을 때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다.
강직성 척추염 진단
증상이나 병력에서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되면 진단은 HLA-B27이라는 유전자 검사와 혈액에서의 염증수치 검사와, 다른 전신성 관절염을 감별진단하기 위한 류마치스 인자, 뇨산치, 루푸스 인자 등을 검사하게 된다. 이외에도 부갑상선 저하증에서도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칼슘치를 검사해야 한다.
또한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서 뼈와 관절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부위는 천추와 장골 관절이다. 이 부위는 골반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부위에 염증이 확인되는 경우를 천장 관절염이라고 하고, 척추 관절병증의 진단에 매우 중요한 소견이다.
최근에는 방사선 사진으로는 정확한 확인이 어려워서 골반부의 컴퓨터 단층촬영(CT)나 MRI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임상에서 보이는 상태이다.
강직성 척추염 치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그러므로 한두 가지 방법으로 완치시키려고 이런 방법을 찾아다녀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불치의 병이라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이 병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병일 뿐이다. 사실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제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약만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설파살라진 등의 다른 약들을 추가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종양괴사인자 억제제가 사용되면서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아직은 워낙 고가인데다가 보험적용이 최대 2년밖에 되지 않아서 널리 쓰이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이런 약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에서 약의 역할은 절반 정도다. 나머지 절반은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목, 허리, 엉덩이 관절이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굳어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항상 등을 꼿꼿이 바로 세우고, 턱은 가볍게 당겨서 척추가 일직선이 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주 움직여주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전신 스트레칭을 자주 그리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누워있을 때는 반듯이 등을 쭉 편 상태로 있고, 하루에 20분 이상 엎드려서 전체적인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은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흡연은 면역기능을 약화시켜서 강직성 척추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병이 진행하게 되면 흉곽, 즉 가슴부위에 강직으로 폐활량이 줄어들게 되므로 담배는 평생 멀리해야 한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하루에 30분 이상 땀에 젖을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제일 좋은 운동은 수영으로 수영은 전신지구력을 키워주고,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전신 스트레칭이 되므로 매우 좋은 운동이다. 강직성 척추염이 진행되면 수영을 하기도 힘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진단을 받자마자 바로 수영장으로 직행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걷거나 평지를 뛰는 운동도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관절염이 진행된 경우에는 관절에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푹신한 바닥에서 충격이 흡수되는 운동화를 신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운동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운동, 즉 농구, 테니스, 격렬한 에어로빅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척추가 굳어지니까 단단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겠지만 실은 척추의 가운데가 텅 비게 되어서 매우 약해지게 된다.
이렇게 강직성 척추염은 이겨내기 쉽지 않은 병이지만 꾸준하고 치열한 노력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병이다.
글 : 박영숙 | 재활의학과
출처 : 삼성의료원웹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