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옥잠화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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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난향유린 작성일09-09-05 09:30 조회24,474회 댓글27건본문
약속된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하여 화단가에 앉아 가을의 소리를 듣는다.
뭇 소녀들의 손톱을 물들이고 이른 듯 꽃이 져가며
건드리면 터질 준비를 하는 꽃 없는 봉숭아와
누군가 애써 화단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심어 놓았을 법한
눈여겨 봐주지 않을 민춘란 같은 금송화와
봄부터 이 가을 꽃을 피우기 위해 수많은 소쩍새를 울게 했을
시리도록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한송이 국화꽃의 환영을 받으며
때이른 가을의 소리를 듣고 있던 어느 가을 저녁 즈음
어딘선가 달큼한 감향이 코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엄마 무릎에 기대어 잠든 아기가
잠들기 좋도록 살포시 귓볼을 문질러주는 포근한 엄마의 손길 같은
때론 젊은 연인들의 귓가에서 터지듯 거친
열정적인 키스의 뜨거운 입김같은
때론 불혹을 지나 지천명을 맞은 중년 부부의 아직은 애틋한 마음으로
아내의 무릎을 베고 누워 가려운 귀를 후벼주는 편안한 부부애같은
때론 불편한 노부인의 신발을 떨리는 손으로 신겨주는
근심어린 우정어린 노신사의 손때 묻은 귀한 사랑같은
고운 향기가어두운 화단에서
진한 유혹의 숨결을 토해내고 있다.
향기를 찾아 나선 눈길이 머무는 곳에
이제껏 피었다 지고 난 한무리중에 홀로 늦게 피어
자기를 맞아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꽃이라 불러줄 나그네를 기다리며,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듯 쏟아져 들어오는 어스름한 달빛을 받으며
활짝 웃는 모습의 옥잠화가
허연 속내를 드러내며 때이른 가을 을 노래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은 누구나 시인이고 문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 왔을 것이기에 국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슬 머금은 국화를 바라보며 자신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를 짓던 지나간 젊은 시절의 가을이 문득 생각나 여기에 글 한번 올려봅니다.
난잎이 두터워져 살이 찌는 가을 마음껏 넓어져 비만해져도 누구하나 다이어트 하라는 소릴 듣지 않을 신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겨 봅니다.
댓글목록
초보난인2님의 댓글
초보난인2 작성일
난향유린님은 산문도 잘 쓰시는 군요.
토요일 오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하늘무지개님의 댓글
하늘무지개 작성일
난을 치시며 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정말 멋지신 분이실 것 같습니다.
그런 멋지신 분이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은 이런 동호회에 함께 해 주시는 것이 감사하기만 합니다.
때론 모욕적인 표현들도 만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해 주시는 것은 난에 대한 열정이요,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이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꾸벅
산지킴이님의 댓글
산지킴이 작성일
난향유린님은 감정이 풍부하시군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바드리님의 댓글
바드리 작성일
좋은글 잘보고 가네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서화순님의 댓글
서화순 작성일
마음을 글로 표현할수있는 난향유린님은 행복하실겁니다.
글을 읽으며 잠시 감정이 풍부한척 해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수리산님의 댓글
수리산 작성일마음에 여유가있으심에 부럽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무전님의 댓글
김무전 작성일
좋은글 잘읽었읍니다 청명한 가을 마음도 건강 육체도건강
항상 즐난 하시고 행복 하십시요 ....
담원님의 댓글
담원 작성일즐거운 주말 되세요.,.
햇귀님의 댓글
햇귀 작성일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상쾌한 오전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박경자님의 댓글
박경자 작성일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운해님의 댓글
운해 작성일즐거운주말되세요^^
소정님의 댓글
소정 작성일
난 배양실력 못지않게 작문실력 또한 출중하십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주말 보내세요.
망태기님의 댓글
망태기 작성일좋은글 잘읽었습니다.건강하시고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북극성님의 댓글
북극성 작성일
일욜이지만..직장특성상 출근하여 잠시..
맘의 여유를 가졌습니다..고맙네요..
요즘 참 맘이 답답한데...
잠꾸러기님의 댓글
잠꾸러기 작성일즐거운 주말 되세요
무명님의 댓글
무명 작성일좋은글 잘보고 가네요
구절초님의 댓글
구절초 작성일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무정님의 댓글
무정 작성일
정말 나쁜 사람이군요. 난향도 유린하고 가만히 있는 옥잠화까지 시비를 걸고.. ㅋㅋ ㅎㅎ
초가을에 접어들면서 싸나이들의 맴을 쌩숭쌩숭하게 만드네요. 아! 올 가을 가슴앓이를 우째 넘길꼬 휴~~~
난향유린님의 댓글
난향유린 작성일아이고 지송합니다요
중투복색님의 댓글
중투복색 작성일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프리맨님의 댓글
프리맨 작성일좋은글 내용입니다
땅꼬마님의 댓글
땅꼬마 작성일
난향유린님, 글이 참 잔잔하면서도 멋집니다.
글을 읽으며 살포시 상념에 잠겨 봅니다.
장군멍군님의 댓글
장군멍군 작성일좋은내용 감사합니다...
미리내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다솜님의 댓글
다솜 작성일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은난초님의 댓글
은난초 작성일좋은 글 감사해요
명월님의 댓글
명월 작성일좋은글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