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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아버지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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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월화 작성일11-11-07 13:08 조회19,836회 댓글2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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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혼자 걷지 못하고 목발에만 의지해야 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힘든 걸음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건 맏이인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즈음이었다.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의족을 끼우시더니 그날부터 줄 곧 앞마당에
나가 걷는 연습을 하셨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얼마나 힘겨워 보이시는지...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번씩 땅바닥에 넘어지곤 하셨다.

〃아빠, 그렇게 무리하시면 큰일나요.〃

엄마랑 내가 아무리 모시고 들어가려고 해도 아버지는 진땀 을 흘리시며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얘야,
그래도 니 결혼식날 이 애비가 니 손이라도 잡고 들어가려면 다른건 몰라도 걸을 순 있어야재...〃

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냥 큰아버지나 삼촌이 그 일을 대신해 주기를 은근히 바랬다.
정원씨나 시부모님, 그리고 친척들, 친구들에게 의족을 끼고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힘겨운 걸음마 연습이 계속되면서 결혼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왔다.
난 조금씩 두려워졌다. 정작 결혼식날 아버지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신랑측 사람들이 수근거리지나 않을까... 한숨 속에 결혼식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제일 먼저 현관에 하얀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누구의 신발인지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결혼식장에서 만난 아버지는
걱정했던 대로 아침에 현관에 놓여있던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난 가슴이 뜨끔했다.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잠깐인데 구두를 신지 않으시구선...´

당신의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떠나는 내게 힘을 내라는 뜻인지 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으셨다. 하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절룩절룩 걸어야했던 그 길이 아버지에겐 얼마나 멀고
고통스러웠을까. 진땀을 흘리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하지만 난, 결혼식 내낸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떠올랐다. 도대체 누가 그런 운동화를 신으라고
했는지.. 어머니일까? 왜 구두를 안 사시고... 누구에겐지도 모를 원망에 두볼이 화끈거렸고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아버지의 무안한 듯한 표정도, 뿌듯해 하시는 미소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렇게 결혼식은 끝났다.
그 후에도 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손을 잡고 아버지가 걸음을 떼어놓는 장면이 담긴
결혼 사진을 절대로 펴보지 않았다.

사진속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봐도 마음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비로소 그 하얀 운동화를
선물했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 손을 꼬옥 잡고 천천히 말을 이으셨다.

〃아가야, 너이 남편에게 잘 하거라.
니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때, 사실 난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없었단다.
그런데 니 남편이 매일같이 날 찾아와 용기를 주었고, 걸음 연습도 도와주더구나.
결혼식 전날에는 행여 내가 넘어 질까봐 푹신한 고무가 대어진 하얀 운동화도 사다 주고,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얼마나 당부를 하던지... 난 그때 알았다. 니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댓글목록

민들래님의 댓글

민들래 작성일

가슴 찡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율리님의 댓글

율리 작성일

사랑은 모든것을 이깁니다...

탱주님의 댓글

탱주 작성일

고향의 향기가................
좋은사진 좋은글 감사합니다...

익도리님의 댓글

익도리 작성일

저사진 원앙소리 아닌가요? 하여간 우울한날인데 가슴찡하여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드네요

일월화님의 댓글

일월화 댓글의 댓글 작성일

예전의 우리의 아버지 상이 아닌가 합니다.
고운 댓글 감사드리구요.

k선인장님의 댓글

k선인장 작성일

향기가 있고 슬픈 이야기갓아 코끝이 찡 합니다,,,,,-_-

심기일전님의 댓글

심기일전 작성일

무척감동적이네요....참훌룡하신부모님을
두셨군요........

일월화님의 댓글

일월화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래도 늘 우리는 불효가 아닌가 합니다.
고운 댓글 감사드리구요~!

갯바위님의 댓글

갯바위 작성일

감동적인글 잘읽고 갑니다..

삐돌이님의 댓글

삐돌이 작성일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일월화님의 댓글

일월화 작성일

고운님들의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율리님의 댓글

율리 작성일

^^*^^*

러브장님의 댓글

러브장 작성일

감동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청운님의 댓글

청운 작성일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나는군요...

일월화님의 댓글

일월화 댓글의 댓글 작성일

고운 글 감사드립니다.

꿀벌님의 댓글

꿀벌 작성일

가슴 찡한 이야기네요.

政軒님의 댓글

政軒 작성일

우리들을 다시금 돌아 보게끔 하는 글입니다.
한참 생각에 잠겨 봅니다.

일월화님의 댓글

일월화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넵~!
고운 글 감사드립니다.

탱주님의 댓글

탱주 작성일

다시봐도 고향생각...

일월화님의 댓글

일월화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넵~!!
저도 늘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