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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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14-03-01 14:04 조회17,380회 댓글7건본문
나는 요즈음 손자들을 위해 딱지를 접는다. 그 옛날 시어머님이 하셨던 것처럼. 아들 둘이 어렸을 때 큰아이는 너무 얌전하고 거의 집안에서 식구들과 조용히 지내는 편이었다. 책읽기만 좋아하였다. 집안 친척이나 어른들은 ‘도련님’이라 불렀다.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착하게 잘 자랐다. 반면에 4살이 적은 작은 아이는 친구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으로 불러 놀곤 했다. 두 아이의 성격이 정말 달랐다.
큰아이가 일곱 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친구들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시어머님은 어느 날 딱지를 접기 시작하셨다. 동네 아이들을 불렀다. 딱지를 나누어 주고 놀게 하셨다. 매일 매일 친구들이 놀러와 큰아이와 같이 지냈다. 나는 덩달아 간식도 맛있게 해주었다. 우리 집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그 당시 동대문구 면목동 마당이 좀 넓은 집이었다.
그 당시 신문지나 주간 잡지 ‘선데이 서울’과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떼어지는 달력의 지난달 페이지는 시어머님의 보배였다. 서울 신문을 보면 주말에 1000원만 더 내면 보내 주었다. 방 한쪽에 신주 모시듯이 차곡차곡 두셨다. 아무도 못 갖게 하셨다. 손자의 딱지를 하루 거의 50개는 만드셨다. 딱지 자루도 만들어 가득 채워 넣어야 마음을 놓으셨다.
강아지, 토끼 그리고 커다란 통에 물을 담고 오리도 몇 마리 키웠다. 온갖 동물도 있었고 마당이 넓어 아이들 놀기가 좋았다. 거기에 딱지를 접어 놀게 하였으니 또래 친구들이 점점 많아져 큰아이의 성격도 달라져 활달해지기 시작하였다.
작은 아이는 덩달아 어려서부터 형의 친구들과 놀아 버릇하여 지금도 또래보다 위와 같이 놀기를 좋아한다. 시어머님 즉 할머니의 지혜였다. 큰아이는 친구들도 사귀고 하여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여 잘 다녔다. 키도 부쩍 커져서 반 친구들과 잘 놀며 다녔다.
예전에 시어머님이 손자를 위해 딱지를 접으셨듯이 요즈음 나는 나의 손자를 위해 딱지를 접고 있다. 겨울이라 추운 날은 밖에 나가지를 못한다. 유치원, 어린이집을 갔다 오면 전쟁은 매일 일어난다. 남자아이들이라 노는 것도 남자답게 한다. 거칠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처럼 칼싸움, 고구려 동명왕 주몽의 활쏘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직도 힘이 넘치는 줄 안다. 저녁이면 팔이 얼얼하다. 그래도 좋기만 하다. 나는 손자 아이들과 노는 게 좋다.
어느 날 큰 손자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로부터 플라스틱 딱지를 얻어 왔다. 깜짝 놀랐다. 이상했다. 한 면은 납작하고 한 면은 동물 모양을 한 딱지다.
요즈음은 팽이도 많이 달라져서 만들어진 것도 재질이 플라스틱에 울퉁불퉁한 끈을 끼어서 잡아당겨 돌린다. 세월도 많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도 많다. 나무 팽이에 끈을 둘둘 감아서 휙~~~하고 던지는 팽이가 아니다.
이 기회에 종이접기로 놀이를 바꾸었다. 옛날 학교 다니던 시절 만들었던 공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고 바지저고리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아들애가 색종이 접기 책을 사왔다. ‘와~~~옛날 같지가 않다. 모양도 다양하고 종류도 무척 많다. 금붕어 등 물고기도 있고 동물도 많다. 공룡은 생각하지도 못하던 종이접기다. 손가락이 곱아 만들기도 힘 든다. 위로 접고 아래로 접고 접어야 장미꽃도 된다. 재미도 있지만 눈도 팽팽 돈다.
여고 다닐 때 공부하다 학을 틈틈이 하루에 몇 마리씩 접어 1000마리를 만들면 소원 성취한다고 부지런히 접어 유리병에 한 마리 한 마리씩 담았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시를 쓰는 친구였다. 학교 글짓기 대회는 다 그 친구의 몫이었다. 지금 어디서 살고 있나?
오늘도 어린이집을 다녀온 작은 손자가
“할머니 친구한테 딱지 보여 주었어. 내일 하나만 달래. 또 접자.” 하고 색종이를 가져온다.
당분간 힘을 쓰는 놀이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댓글목록
청운소님의 댓글
청운소 작성일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성격을 고치다니 대단합니다.
탱주님의 댓글
탱주 작성일잘보고갑니다.
체키장님의 댓글
체키장 작성일즐겁게 보고 갑니다
백두님의 댓글
백두 작성일대단하십니다
Davidfon님의 댓글
Davidfon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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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omoorm님의 댓글
Ernestomoorm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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