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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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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14-05-15 13:03 조회17,766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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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오전 중요한 약속이 있었지만, 4시에서 5시까지 나의 종이 책 접기 안내 시간에는 늦지 않으려고 삼성역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행사장으로 부랴부랴 갔다.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11층 꼭대기 야외 하늘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골든라이프페어 행사에 날씨는 큰 문제였다. 벌써 행사 무대는 치워지고 작은 부스들은 하나씩 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을 무사히 잘 마쳤다고 한다.

 

김형래 상무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TV에 못 나와 서운해서 어쩌나요?” “별말씀을요.지나번에 나왔잖어요.” 서로 웃었다. 행사는 끝났지만, 우리 부스에서 컴퓨터로 치매 설문지를 체크하시는 분이 계셨다. 종이로 설문하는 것이 나은가 컴퓨터로 하는 것이 편리한가에 대해 많은 사람의 의견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한 번 받아보라고 상무님께서 권하셨다.

 

먼저 오각형을 한번 그려 보라 한다. 그야 쉽지 않은가. 두 개를 포개 보라 한다. 다음 30+9의 답을 쓰고 다음엔 그 수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 수에 8을 더하면 얼마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해서 몇 문제 풀고 밤낮을 구별하는 문제 몇 개, 그리고 과일 맞추기 등은 쉬웠다. 25점 이상은 정상인데 28점이 나왔으니 다행이다.

 

그럼 치매에는 안전할까? 그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최초 여성 판사였던 이태영 씨,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머리가 좋지 않아서인가? 그저 매일 매일 열심히 매사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또한 많이 읽고 쓰면 그래도 확률이 낮지 않을까 한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을 탔다. 2호선에서 3호선을 갈아타고 오는 길이었다. 연신내역에서 어머니와 아들인지, 아내와 남편인지 아리송한 두 사람이 탔다. 남자는 온통 이마와 머리는 젖어 있어 수건으로 땀을 계속해서 닦았다. 남자는 덩치가 여자의 두 배다. 키도 크고 얼굴은 부은 듯해서 나이가 더 들어 보인 듯하며 한눈에 보이기에 좀 아픈 듯했다.

 

나는 경로석에 앉아 있었다. 구파발에서 나의 옆자리 둘이 비었다. 두 사람이 나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분이 일어난다. 인터넷에 나오면 안 된다며…. 이상했다. 웬 인터넷? “여기 앉으세요. 누가 물어보면 좀 피곤하다 하면 될 거에요.”

 

“안 된데이. 서서 갈란다. 걸린다 아이가.” 나는 다시 권했다. 감사하다며 앉았다.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는데…. “우리 아들이 젊다고 경로석에 앉으면 안 된다고 하는 기라예.” 그랬었구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데 이따금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민망한 모습이 볼 수 있다.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 그전의 약은 좋았는데 요즈음 약은 좀 안 맞는 것 같다. 요새는 손이 곱아 뻣뻣해지는 같고.” “그래 느끼나? 안 그래도 좀 부은 것 같아 다시 병원에 갈래했다 아이가.” 나의 귀에 익은 경상도 말이다. 나는 어려서 대구에서 자랐기에 아주 반가운 말이었다.

 

“혹시 대구에서 오셨나요?”

“아임니더. 울산이라예. 근데 울산은 부산하고 가까운데 이상하게 대구 말과 같아예.”

“지금은 아들이 좀 아파 제주도에서 10년째 살고 있고 지금 파주에 딸네 집에 가는 길이라예.”

“저도 대구에서 살았답니다. 그리고 제주도도 참 좋은 곳이지요.”

“예, 참 좋아예. 공기 맑고 경치 좋고예.”

“아! 그럼 대곡에서 내려 경의선 타나요?”

“으은지예. 대화 가서 버스 탈라고예.”

 

 

나는 가방의 사탕을 한 움큼 아들의 손에 쥐여 주었다. “가는 길 지루하니 드시며 가세요.” 사실은 사탕 한 봉지와 방울토마토 조금을 싸가지고 행사장에 갔었다. 그런데 날씨도 그러려니와 내놓을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냥 갖고 오는 길이었다.

 

“고맙습니다. 할머니 잘 먹겠습니더.” 아들이 꾸벅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내 "엄마 그거." 하니 어머니가 빵 하나를 주었다. “효소 빵이라 해서 몇 개 샀어예. 아들이 고맙다고 드리라 하나예.” “네, 효소 참 좋지요. 요즈음 한참 몸에 좋고 인기 있는 식품이지요.” “고맙습니다. 저도 잘 먹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고 나도 인사를 했다. “할머니 안녕히 가이소.” 다시 “편히 가세요.” 하고 나는 마두역에서 내렸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두 모자의 모습이 눈에 아롱거렸다. 좋은 분들이고 아들이 빨리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늦은 저녁 느긋한 마음으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왔다. 마음이 뿌듯한 하루였다.

 

<시니어리포터 조원자>

댓글목록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

일상의 교향곡 같은 글 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세모님의 댓글

세모 작성일

생활 속의 한 주먹의 수필
언제나 손에 잡을 수 있지만
지나가는 시간 속에 잊혀지는
한 순간의 기억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들!
정겹습니다.

청운소님의 댓글

청운소 작성일

정감있게 잘 읽었습니다.

무명님의 댓글

무명 작성일

물씬풍기는 사람내음이 제게 향기로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

흙진주님의 댓글

흙진주 작성일

감사히 읽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