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가습기 어항과 시력
안경을 새로 하러 갔더니 시력이 좋아 졌다 한다. 나이 들수록 나빠지는데 이상한 일이라 한다. 나도 갸우뚱 했다.
온통 파랗게 녹이 낀 어항을 깨끗이 닦아 주고 깨끗한 물로 갈아주니 어항이 한결 산듯하고 보기도 아름답다. 물고기들도 물이 깨끗하니 더욱더 신나게 돌아다니고 수컷은 유난히 더 암컷을 딸아 다닌다.
3년 전 초여름에 작은 아들이 “엄마 가습기 하나 사 올까요?” 말했지만 나는 요즈음은 가습기가 오히려 좋지 않은 걸로 아는데 했더니 며칠 후에 어항을 하나 들고 낑낑 거리며 왔다. 자연 가습기란다.
웬 어항이냐고 물었더니 요즈음 회사의 직원마다 책상위에 작은 어항에 관상용 물고기 ‘구피’를 키우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일을 않는다고 윗사람이 야단을 안치냐고 했더니 상무님이 물고기를 너무 좋아해 층마다 어항을 두었다 한다. 그런데 그물고기(구피)의 수가 너무 불어서 분양을 받아 취미가 있는 직원들이 너도 나도 어항 하나씩 책상에 놓고 키운다고 한다. 그러니 알아도 모른 척 눈감아 준다 한다. 잠시 짧은 순간이라도 눈을 즐겁게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직원들의 눈의 피로를 가시게 하여 좋은 효과가 있단다.
우리 엄마도 가습기 겸 한번 키워보라고 어항을 하나 맞추어 가져 온 것이다. 사방 1자 반 이라 제법 크다. 아들은 물을 가득 넣고 15일 동안 물을 정화 시키고 구피의 일종인 색이 아주 고운 빨간색 ‘알풀’ 암컷 13마리 수컷 7마리해서 20마리 가져다 넣었다. 관상용 새우도 몇 마리 함께 넣었다. 그리고 산소기와 물 정화기도 설치했다. 관상용 물고기는 어미(성어)가 알을 뱃속에 가지고 있다가 낳는 순간에 새끼(치어)로 낳는다. 갓 나온 치어의 크기는 참깨 한 알 크기다. 잘 살아 있나 확인 하려면 눈을 크게 뜨고 이리저리 살펴보아야 한다.
어항이 집에 생기고 집안이 환하게 바뀌었다. 아침마다 눈 뜨면 제일 먼저 맑은 물에 꼬리 치며 노는 모습을 보고 먹이를 준다.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도 눈도 즐겁다. 더군다나 치어들이 꼬물꼬물 노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도 신기하다. 작은 손자아이가 제일 좋아 한다. 문제는 물을 갈아주는 일이지만 신기하고 예뻐서 힘들지 않게 15일에 한번 꼴로 갈아 주는데 손자아이들이 서로 팔 걷고 나선다.
치어가 2달쯤 되면 성어가 되어 다시 새끼를 낳기 시작하고 성어가 되면 한 달에 한번 정도 계속해서 새끼를 낳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어미가 새끼를 낳자마자 다른 어미들이 먹이 인줄 알고 꼴깍 먹어 버린다. 그래서 산실이라는 다른 어항을 하나 준비해서 배가 부른 어미를 옮겨 두었다가 새끼를 다 낳으면 다시 본래의 어항으로 옮긴다. 어항 하나가 더 늘었다. 또 어항이 하나 더 늘었다. 어미를 위해서 하나, 중간크기 위해서 하나. 치어들을 위해 하나니 모두 3개다.
3개의 어항에서 하루에 1cm정도 물이 준다. 매일 조금씩 부어주니 아들 말대로 자연 가습기임에 틀림이 없다. 더군다나 지금 같은 겨울의 실내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쓰고 있는 안경이 너무 오래되기도 하고 눈도 침침한 것 같아 한 달 전쯤 안경원에 새 안경을 하러 갔다. 시력을 재고 쓰던 안경의 도수와 비교하더니 점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단다. 새롭게 만든 임시 안경과 쓰던 안경을 번갈아 쓰고 먼 건물의 글씨를 보란다. 분명히 임시 안경이 훨씬 더 선명하고 편하다. 안경도수를 하나 낮춘 거란다. 시력이 좋아지거나 아니면 먼저 안경을 잘 못해서 쓰거나 둘 중에 하나란다.
“아니, 먼저 안경도 여기서 맞춘 것인데 그럼 여기 직원이 잘 못 해 준 거네요.”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단다. 나이가 있어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단다. 쓰던 안경이 맞지 않아 침침한 것이란다. 나는 근시이다. 글을 쓰거나 읽을 때는 벗고 외출 시나 먼 곳을 볼 때만 쓴다. 새 안경을 끼고 나왔다.
며칠 전 어느 방송국의 ‘닥터군단’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특정 게스트를 두고 여러 신체부분의 결과를 보고 ‘좋아요’ ‘경고’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안과 의사 선생님이
“시력을 좋게 유지를 위해서는 어항을 하나 집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고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눈알을 이리 저리 굴리게 되니 이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른다. 나의 시력은 조금이나마 분명이 좋아졌다. 생각해보니 요즈음 T.V를 볼 때 가끔 쓰지 않아도 잘 본 것 같다. 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사랑해, 아들아! 물고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