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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할머니와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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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14-06-10 22:45 조회11,637회 댓글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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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할머니와 능소화

 

며칠 전 아래층 아파트 앞마당 가운데가 푹 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에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이 자리에 능소화 한 그루가 있었다. 나는 ‘이제 여름이 되면 고운 능소화 꽃을 볼 수 있겠다.’ 하고 매일 현관을 드나들었다. 그 능소화나무가 사라진 것이다.

 

아파트 1층에 할머니 한 분이 사신다. 꽃을 매우 사랑하시는 분이다. 아들 내외가 미국에 산다. 그래서 할머니는 꽃으로 외로움을 달래시나 보다 했다. 작년의 능소화 꽃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나는 피기 시작하면서 질 때까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쳐다보며 즐거워하였다.

 

아파트 1층의 좋은 점은 베란다 앞에 예쁜 꽃을 심어 마치 자기네 마당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 집 앞은 갖가지 꽃들이 피어 있어 현관을 들어오고 나갈 때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난쟁이패랭이꽃도 인동초도 활짝 피었다. 검붉은 작약도 피었고 연보라 작약도 있고 자그마한 진보라 빛 붓꽃도 앙증스럽게 피어 있다. 수국은 지금 꽃 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아프셔 병원에 입원하셨다 한다. 그리고 며칠 전 볼 일이 있어 나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에 어쩌다 만나는 윗집 할머니를 현관 앞에서 만났다. 이분도 앞마당의 꽃을 보고 계셨다.

 

“할머니! 꽃들이 참 예쁘지요?” 내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아이고 말도 마시오. 그전에는 여기 꽃밭이 정말 예뻤다오.”

“근데 할머니 여기 능소화 꽃나무가 있었는데 왜 없어졌는지 아세요?” 나는 궁금해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다.

 

“아, 이 집 할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며느리가 미국에서 들어와서 홀랑 파 버렸지요.” 하고 할머니는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집 며느리가 어디 가서 물어보니 능소화 때문에 할머니가 병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없애버렸다고 한다.

 

 

능소화 꽃에 대해 전설은 제법 알려져 있다. 능소화는 슬픈 사연의 전설이 있는 꽃이다. 구중궁궐 많은 궁녀 중에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임금님의 눈에 띄어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된다. 이 때문에 궁녀에서 빈으로 신분이 격상하게 되었으며 처소도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빈이 되고 난 후 한 번도 임금님이 다시 찾아오지를 않았다. 그 이유는 그녀의 미모에 여러 빈들이 시기하여 깊고도 구석진 곳에 처소를 마련했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외로움과 그리움 속에서 임금님만을 기다리던 그녀는 상사병과 영양실조로 죽고 말았다.

 

그녀는 눈을 감을 때 죽어서라도 행여나 오시게 될 임금님을 마중하겠다고 담장 밑에 묻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일 년 후에 그녀가 거처하던 담장에 꽃이 피게 된다. 그리움으로 외롭게 피어난 분홍색 꽃이 목을 길게 빼고 더 멀리 내다보려고 발뒤꿈치까지 들었는지 하늘 높이 우뚝 솟아나며 꽃을 피웠다는 전설이다.

 

소화의 임금님에 대한 한이 많은 탓일까? 임금님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그녀의 마음일까? ‘능소화 꽃 모습에 반해서 꽃을 따서 가지고 놀다가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 또는 ‘능소화 꽃가루엔 독이 있어 집안 뜰에 심으면 안 된다’는 전설도 있다.

 

또한, 능소화는 양반집 마당에서만 심을 수 있었고, 평민의 집에서 능소화를 심고 가꾸면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았다 하여 양반 꽃 또는 금동화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사실은 그러하지 않다. 실명을 일으키는 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비비면 각막을 손상시키는 날카로운 꽃가루 형태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능소화는 바람이 매개하는 풍매화가 아니고 곤충이 매개하는 충매화이므로 눈에 들어갈 염려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단지 저(소화)를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소원을 담고 있으니 두 번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예전부터 집안에 심지 않는 나무들이 있다. 실외의 등나무는 줄기가 비비 꼬아 올라간다고 집안일이 꼬아져서 안 된다고 심지 않는다(전설). 유동화도 꽃에 독이 있다 하여 심지 않는다. 주목의 잎이나 열매에도 많은 독성이 있다. 옻나무, 은행나무에도 알레르기 현상이 일어난다 한다.

 

실내의 식물로는 많은 집안의 베란다에 많이 있는 아이비는 어린아이가 모르고 먹으면 위험하다 한다. 이파리 속에 독이 있어 호흡 곤란이나 혼수상태에 이른다. 크로커스, 수선화는 구근에 독이 있다 한다.

 

이 집 며느님의 시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사랑을 볼 수 있다. 물론 사실은 아니지만 나 또한 이러한 경우가 생기면 뽑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신이라도 좋은 것은 따르고 나쁜 것은 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들 한다. 할머니께서 빨리 나으셔 앞마당의 예쁜 모습을 다시 기대해 본다.

 

 

댓글목록

청운소님의 댓글

청운소 작성일

정겹게 잘 읽었습니다.

펜대님의 댓글

펜대 작성일

능소화 사연을 이제알아내요. 잘읽었습니다.

깜씨님의 댓글

깜씨 작성일

능소화에 도 전설이 있군요.

흙진주님의 댓글

흙진주 작성일

아주 멋집니다 ~~
잘 보고 읽었요~~~~~~~~ㅎㅎㅎ

삐돌이님의 댓글

삐돌이 작성일

능소화
 글  잘읽었습니다.

산과구름님의 댓글

산과구름 작성일

능소화 대한 전설글 잘읽었습니다.....

한라산님의 댓글

한라산 작성일

잘 보고읽었습니다

백옥소님의 댓글

백옥소 작성일

능소화에 꽃 이야기 정겹게 잘 읽었습니다.

해동님의 댓글

해동 작성일

안구정화 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