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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집사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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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수 작성일11-04-02 22:47 조회8,721회 댓글1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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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도..

88올림픽 준비와 기대감으로 대한민국의 모든곳이 들떠 있던 6월말이었다

고향이나 다름없이 어릴적 부터 살아왔던 군위 읍내의 중앙부위에

자그마한 동산이 있는데

그 동산에 군위장로교회

그리고 성결교회와 성당이 있는..

아주 그림이 예쁘게 그려지지요?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챠임벨소리

들판이나 강가나 아주 멀리 산꼭대기서도 잘 들리는

찬송연주곡이 울리면 일손을 멈추고 바삐 교회로 올라가던

아주 막강한 모임콜이었던 챠임벨 ㅎㅎ



그 교회의 모습은 우리들의 기억에 아주 깊게 그려져있는

뾰족한 종탑과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뾰족한 지붕..

그리고 낮은 천장에 매달려 빙빙 돌아가던 커다란 선풍기..

질서정연히 늘어져있는 나무의자..

가끔 창문으로 날아오는 날벌레들..

교회앞을 비추던 외등아래에서는

예배를 마친후 집에 돌아가기 아쉬워 재잘거리며 모이던

70년대 말.. 까까머리와 단발머리들..

일부러 기타를 들고와 가스펠송을 부르다보면 거의 새벽이 되기 다반사였었고

사찰집사님의 걱정스런 소리에

아쉬운 자리를 일어나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곤 하였죠...



유월의 들판에서는

보리타작하느라 피어오르는 그리운 연기냄새가 가득하였고

매캐하면서도 고소하고 후끈한 그 열기에 잠들지 못하여

온동네가 떠나갈듯 밤새워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잠드는게 미안한듯~ 보초서는 척이라도 할양으로

동네 강아지녀석들만 가끔 "월~"하며 짖어대던..



바로 그 6월의 어느날 수요예배시간

8시 정각.. 챠임벨 소리에 맞춰

예배 시작을 알리며 목사님께서 울리던 강대상의 자그마한 종소리

"땡땡땡~~"

찬송가가 한곡이 끝나고 다시 부르는 찬송가 한곡..

이게 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었다

기도당번 집사님이나 권사님께서 아직 오시지 않았다는...ㅎㅎ

그러면 우리는 주보를 뒤적이며 이름을 찾아보곤 하였었다



(지금은 소천하여 이땅에 계시지 않으신 김집사님)

"김인수집사님께서 기도하시겠습니다"는 목사님의 안내에 따라

우리 모두는 눈을 감으면서

좀 졸까..

엎드려 졸까..

아님 의자 밑으로 내려가서 자고 나올까..하며

고민아닌 자그마한 고민을 시작하였으나

잠시 흐르는 침묵에

눈을 살그머니 뜨고보니 맨 앞줄에 있는 기도석이 아직 비어있었다



"김집사님~~~"

하시며 나즈막히 부르시는 목사님..

그리고 갑자기 후다닥 일어나는 소리와 함께

교회 마루바닥이 흔들릴정도로 쿵쾅쿵쾅 허겁지겁

뛰듯이 걸어나오시는 집사님

(마르시고 키가 조금 크셨던 김집사님은

높은 톤으로 말을 아주 대충하시면서

빨리하시기로 유명하셨는데

그때만 해도 연세가 칠순은 다 되어가셨지만

매일 자전거를 타고 읍내를 다니셨다 )



의자에 앉으셔서

마이크 머리부분을 쥐시고

"음...음......

흠...아이고~ 아부지...

음.."

하시며 기도하시려는 찰나에

"위이잉~~~~~~~~~~찌잉~~!!!!!!!" 

자그마한 교회에 하울링이 울리면 대단하였다

귀가 아플 정도여서 귀를 막곤 했었는데  

그게 그만 집사님의 정신을 빼 놓으셨던 모양이었다



"아이고 아부지~~

아부지~~

아부지이이~~~~~~~~~

이 죄인을 용서하이소오~

수요일인지도 모르고 들판에서 일하다 보이

교회 챠임벨이 울리길래

씻지도 안하고 헐레벌떡 교회로 달려왔떠니만

목사님이 각제 기도하라 카는데

기도 당번인지도 몰랐습니다

어~~

휴우~~~

기도하라카이 자리에 앉기는 앉았는데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게 숨이 턱턱 막히고

기도할 말도 생각이 안나고하이

휴우우우~~~

아이고~

아부지요~~

이 죄인을 용서하이소오~~

이 죄인은 기도도 할 줄 모릅니다

이 노인네가 뭔 앞날이 있겠습니까

그저 우리 새끼

손주1

손주2

그리고...

하...하....

아이고~~ 아부지요!!

손주 이름도 생각이 안납니다"



상상이 가시죠

이쯤되면 경건한 기도시간이 아니라

모두들 배를 잡고 넘어가버릴 정도란걸ㅎㅎ

처음엔 참다 참다 못해

한두명의 학생들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았고

옆에서 쿡찌르며 말리던 집사님이나 학생들 역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푸흐흐~ 큭큭큭~~~

드디어 온 교회가 풋~풉풉~!!! 으흡흡~~~! 으으~~!!

결국엔 모두가 집사님의 기도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따라서

아멘보다도 더 강렬히

"흐흐으흐~!! 큭큭~~푸하하하~~"

소리가 나왔으니

김집사님께선 더더욱 정신이 나가셨으리라~



갑자기 궁금함이 하나 생겼다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웃다가 살그머니 눈을뜨고

강대상에 엎드려 계시던 목사님을 보면서

그래도~

그래도~~

목사님께선 거룩히 기도하고 계시리라던

우리들의 자그마한 기대감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는데.

목사님의 어깨는 아래위로 흔들리고 있었고..

웃음을 참으시느라 입을 잡고 계셨던듯하지만

옆으로 조금 보이시던 목사님의 이마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셨고

결국엔 목사님의 꺼끄리하던 웃음소리도 아주 작게 마이크를 타고 있었으니~~

ㅎㅎㅎㅎㅎㅎㅎ

군위장로교회가 지금까지 예배를 드리면서

단한명도 졸지 않고 예배를 드렸던 날은 아마도 그 날이 ㅎㅎㅎ



지금은 구미 상모교회서 교회를 섬기시는 김목사님의 설교 한말씀 한말씀은

(솔직히 말해서) 기억을 못하고 있지만 (죄송합니다 ㅎㅎ) 

김집사님의 강렬한 기도와

웃음소리와 그때의 열기는

생생히 기억이 나고 있습니다



그립습니다

김집사님의 진솔한 기도!



차로 달리면 아주 가까운 곳이지만

지금은 떠나와 있고

충성교회에서 열심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주일에 찾아 뵙기가 너무도 힘든 모교회..


이젠 내 아이들과 조카들의 모교회가 된 충성교회와

고향에 있는 군위장로교회가

날마다 부흥하며

진솔한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의 응답하심과 사랑하심이

넘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불러 주시고 잡으셨으니 이젠 흥하게 하옵소서~


(종교적인 이야기 거리여서

민감하게 보시는 분이 계실까 걱정됩니다

교회를 이야기 하는것도 아니요

전도하자는 목적으로 꺼낸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니

그냥 생활에서의 즐거운 이야기거리 하나 읽어보는걸로

넘겨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회원님들 모두 즐거운 난생활 되시구요~~^^)

댓글목록

황토님의 댓글

황토 작성일

진실과 추억이네요...

나순님의 댓글

나순 작성일

감사합니다

청청불만님의 댓글

청청불만 작성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삐돌이님의 댓글

삐돌이 작성일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꿀벌님의 댓글

꿀벌 작성일

목사와 총알택시 기사가 죽어서 저승에 갔는데
하느님은 총알택시 기사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농이 생각납니다 ㅎㅎㅎ

난이야님의 댓글

난이야 작성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입변사랑님의 댓글

입변사랑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용님의 댓글

해용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심기일전님의 댓글

심기일전 작성일

잘보고갑니다

청청불만님의 댓글

청청불만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청운님의 댓글

청운 작성일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러브장님의 댓글

러브장 작성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도봉산님의 댓글

도봉산 작성일

먼옛날을 아스라이 기억하게 헤주는  님의글 감명받앋습니다

해찬들님의 댓글

해찬들 작성일

재밌게 읽고 갑니다.

임일모님의 댓글

임일모 작성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군자란님의 댓글

군자란 작성일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