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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륭제 생일 축하하러 간 연암 박지원, 처음엔 황제의 환대를 받았지만

황제의 초청을 받고 박지원 일행은 열흘 밤낮을 걸어 열하에 도달한다. 그리고 황제의 환대를 받는다.



기준금리 인하중국 열하를 찾아간 연암 박지원의 행로. [출처=한국의 고전을 읽는다1, 휴머니스트]


그런데 황제의 환대는 엉뚱한 방향으로 튀게 된다. 황제는 박지원 일행에게 판첸라마를 만나보라 권유한다. 판첸라마는 신정일치(神政一致) 국가 티벳의 달라이라마에 이은 두 번째 지도자이다.
대구은행학자금대출신청 라마교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판첸라마는 라마교를 국교로 하는 몽골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졌었다. 중국 황실은 열하에서 판첸라마를 끔찍하게 대접하여 몽골인들을 청 황실에 묶어두는 전략을 썼다.
박지원 일행은 판첸라마를 만나라는 건륭제의 요구에 당황한다. 당시 조선인들은 라마교와 불교를 업신여겼다. 황제의 요구 때문에 판첸라마를 고금리대환 접견하였지만, 조선사절단은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를 황제가 알았고, 조선 사절단은 굉장한 벌을 예상하고 떨었다. 그러나 특별한 징벌이 없이 일행은 열하를 떠나게 된다.
박지원은 '열하일기'에 조선인들이 오랑캐로 여기던 청나라에 대하여 상당히 수정된 시각을 적었다. 그는 청나라가 상당한 문명국임을 직시하였고 이전까지 조선인들이 청나라에 가지고 있던 시각을 상당히 수정하여 재해석을 담았다.

13년 뒤, 대규모 영국사절단이 열하를 찾은 속셈은…

박지원 일행보다 13년 뒤에는 영국의 사절단이 열하를 방문한다. 매카트니를 책임자로 700여 명의 영국인이 1793년 중국에 왔다. 2년이나 지나버린 중국 황제의 80세 생일 축하는 명목일 뿐이었고, 진짜 목적은 무역 구조 개선이었다.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차를 수입하던 영국은 차 소비가 늘어 중국과의 무역에서 해마다 많은 적자를 보고 있었다.
이들은 사절단을 꾸려 황제의 답을 듣고자 하였다. 기존에 중국이 외국에 열어놓은 단 한 군데의 항구, 광저우 외에 다른 개항지를 늘리고 관세를 낮추며 조계지를 설립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숨겨진 의도에는 아편 무역의 합법화도 포함되었다.
영국 사절단은 황제에게 줄 선물도 준비해왔다. 천구의, 지구의, 천문 관측 계기, 화포, 총칼 등의 무기와 담요와 안장, 운동 기구, 망원경, 모형 선박 등 총 19종이었다. 최첨단 과학 산물을 받은 중국은 적잖게 놀랐지만, 중국 황실은 서방 문명에 외견상 담담하였다. 오히려 황제 알현 시 절하는 방식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며 자존심을 지키려 하였다.



18세기 말 열하에서 청나라 활제를 접견하는 영국 메카트니. [그림=영국 만평작가 제임스 길레이]


황제는 영국 사절단의 요구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다. "우리 천조(天朝)에는 없는 것이 없으니 외국에서 무엇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 다만 너희 양인들이 우리의 차, 자기, 비단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하니 광저우를 열어줬다. 이것만 해도 하늘 같은 황제의 은혜이니 영국 국왕은 주인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알라."
목적했던 바를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던 영국인 사절단에게 황제는 새로운 깃발을 내려 줬는데 '개 짖는 소리를 하는 작자들'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글귀가 쓰여있었다.
모욕을 당하고 돌아간 영국 사람들은 귀국길에 중국 전역을 탐색하고 기록을 남겼다. 그들은 당시 약진하던 서양문명에 많이 뒤졌던 중국의 실체를 파악하였고 군사적 충돌 시 영국에게 유리하다는 기록도 남겼다. 매카트니 일행에 대한 홀대와 영국인들의 중국 현실에 관한 판단은 몇십 년 후에 일어난 아편전쟁의 불씨가 된다.

조선사절단과 영국사절단은 18세기 중국을 다르게 보았다

13년 사이에 열하를 찾았던 조선사절단과 영국사절단의 청국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랐다. 차와 의학에 대하여 남긴 이야기 역시 다르다.
영국사절단의 주된 이슈가 차 무역이었으니, 사절단 관련 차 이야기는 아주 풍성하다. 차 무역 확대를 간절히 원하였던 영국사절단의 뜻을 거부하였던 건륭제는 조롱하듯 영국 사절단에게 차를 듬뿍 선물한다.
황제는 총 27회 선물을 내렸는데, 그중 15회에 걸쳐 차가 선물목록에 포함됐다. 자세한 선물목록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대부분 보이차 단차(團茶), 여아차, 차고(茶膏), 전차, 육안차, 무이차 등 대부분 찻잎을 단단하게 뭉친 차들이었다.
이미 차를 접하고 일백 수십 년 지난 때였지만 유럽인들은 이전에는 주로 찻잎 하나하나 떨어진 산차만을 접하였다. 황제가 하사한 차들을 접한 일행은 접착제로 뭉쳐놓은 차라고 생각하고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조선사절단은 중국 황제의 차 선물은 받지 못하였다. 더군다나 판첸라마에 대한 무례한 행동으로 황제의 눈 밖에 나서 박대를 받으며 성급히 열하를 떠나고 말았다.
그들에게는 영국사절단 만큼 차가 간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지원이 활동하던 시기 조선에서는 불교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 차 문화가 매우 위축되었다. 박지원의 저술에서는 술 이야기는 있어도 차 이야기는 없다. 그 역시 차를 별로 마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매카트니 일행 700명 중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기록은 남아있으나, 영국과 중국의 의학 접촉 기록은 없다. 당시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은 어떤 공유점도 없었으니 접촉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실학자 연암이 발견한 중국 의학…중국에서도 허준 '동의보감' 읽었다

반면 박지원의 글에 의하면 조선과 청은 의술을 활발히 교류한다. 두 나라 의학 모두 중국 전통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당송의 의서들을 지침으로 삼았다. 의료체계와 의학에 공통점이 많으니 교류할 수 있었다. 의술 교류에 관한 기록은 주로 '금료소초'에 남겼다.
중국인들에게서 높은 신뢰를 받았던 조선 청심환을 박지원이 중국인들에게 선사하고 그들에게서 감사의 서신도 받았다. 열하에서 만난 중국학자 윤가전에게서 좋은 의서에 대해서 듣고 이를 구하려 하였다. 특히 화란인들이 쓴 '소아경험방'이 아주 좋다고 들었으나 구하려다 얻지 못하였다.
박지원은 여러 가지 처방전도 남겼다. 한 중국인이 이질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지렁이를 수십 마리 잡아 백비탕에 넣고 끓여 짜서 목마를 때 마시라"고 처방했고, 효험을 보았다고 썼다. 1766년 중국에서 간행된 허준의 '동의보감'을 구하려다 돈이 부족하여 책 서문만 베껴 왔다는 기록도 남겼다.
연암은 18세기 후반기에서 19세기 초입부에 활동하였던 실학자이다. 박학다식하여 그의 관심은 여러 분야에 걸쳤다. 과학에도 깊은 조예가 있었다. 그의 안목은 의술에까지 미쳐 '열하일기' 속에서 감초 같은 얘기를 들려준다.
유영현 원장 (yhyoo@d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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