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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터넷 판 원장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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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1-05 20:07 조회2,8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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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저희 연구소에 방문한 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에게 인터뷰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Cover Story] 인사철 축하 난의 비애

서양란·동양란 각양각색인데 식당 메뉴판 같은 전단만 보고

5만원 10만원… 가격이 선택 기준

받고나선 사무실 구석에 방치 철 지나면 대부분 시들어 죽어

"식물윤리 측면서도 가혹한 문화"

한국일보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난초 경매는 매주 월요일 오전 8시부터 시한 없이 진행되는데, 인사철 소비량이 많은 이맘때는 소량씩 하루 약 3,000건이 건당 5초 단위로 경매된다. 하지만 해마다 재배량도 소비량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경매장 열기도 꽤 식었다고 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연말 연초 인사이동 시즌이 되면 무채색의 사무실이 제법 화려하게 치장된다. 인사 발표 다음날부터 며칠 동안 인사대상자에게 쇄도하는 축하 화분 때문이다. 꽃다발이나 분재 같은 것도 드물게는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난초 화분이 주종. 확률적으로 보자면 동양란 10개 중 6개는 대중적인 품종인 5만원대 난초이고, 그 가운데 절반이 진초록 철골소심(鐵骨素心)이다. 근래에는 나비 모양의 화려한 꽃이 특징인 호접란이 동양란을 누르고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

난초는 대부분 조직이 배양된 뒤 2년 이상 여러 손의 거쳐 시장에 나온다. 사람이 저마다의 사람이듯, 난초 역시 같은 종이어도 하나하나가 개별적이다. 애정을 갖고 오래 들여다보면 맵시도 기질도 촉들의 배치도 제각각. 하지만 압도적 우점종의 난분(蘭盆)들 사이에서 각자의 개성이나 가치를 살피기란 불가능하다. 화분 재질이나 모양새조차 흡사하다. 화분을 받은 이들은 난초보다는 리본에 적힌 이름으로 화분의 가치를 매기기 일쑤다.

난은 크고 화려한 꽃이 피는 서양란과 잎의 부드러운 흐름과 은은한 향기를 가진 동양란으로 나뉜다. 동양란은 사군자 중 하나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군자의 상징으로 통한다. 인사철에 전통적으로 동양란을 보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양란인 호접란은 우람하고 화사한 존재감으로 주로 전시회나 개업식 등의 행사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데 많이 등장하는데, 최근에는 테이블 위에 놓을 수 있을 만큼 작게 개량된 미니 호접란이 인사철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동양란은 크게 잎과 꽃으로 종류를 구분하는데 잎 모양이 가늘고 긴 것은 세엽(細葉), 잎이 넓으면 광엽이라고 부른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 난은 세엽, 겨울에 꽃을 피우는 난은 광엽이다. 겨울에 꽃이 피는 난 중에서 구정에 맞춰 꽃을 피우는 난은 새해를 맞이한다고 해서 보세란이라고 불린다. 꽃대 하나당 꽃 한 송이를 피우는 일경일화, 여러 송이의 꽃을 피우는 일경다화로 구분하는데, 봄에 꽃이 피는 춘란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양란은 일경다화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난의 고향은 90% 이상이 대만, 중국 등 외국이다. 특히 대만은 서양란 중 팔레놉시스속 호접란의 주산지로 전세계 유통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화훼 농가들은 서양란이든 동양란이든 현지에서 몇 개월 기른 것을 들여와 1년 6개월~2년 가량 재배해 경매시장에 낸다. 박승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경매사는 "6개월 이상 국내 농가에서 재배해 출하하는 경우 국내산으로 보기 때문에 난 시장에서 국산과 수입산을 구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 화훼 경매장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부터 하루 종일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한 난초경매가 열린다. 경매에서 낙찰된 난들은 각 꽃집으로 흩어져 플라스틱 육묘상자에서 도자기 화분으로 옮겨진다. 어린 철골소심의 수입 단가는 촉당 700원선, 호접란은 플라스크에 담긴 모종 한 촉이 1,200원선이다. 한 화분에 여러 촉을 심는 동양란의 도매가(경매낙찰가)는 약 9,000원, 한 촉으로 화분 하나를 이루는 호접란은 5,500원 정도다.

소비자가 꽃집에 가서 난을 접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식당 메뉴판처럼 사진으로 안내되는 전단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을 통해 난을 고른다. 화분 선택의 기준은 대부분 가격. 난초의 은밀한 개성이, 공산품의 몰개성처럼, 유용한 선택의 편의를 제공하는 셈이다. 철골소심과 산천보세 등이 표준 가격대인 5만원 선(7,000원대 화분 기준)이고, 금화산, 산천조 등이 그 윗 등급(10만원 내외), 잎에 복륜이라고 불리는 무늬가 있는 20만원 대 혜란 종류도 있다.

하지만 축하 난에서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난이 아니라 촉을 가릴 만큼 화려하게 매달린 리본이다. 굵은 글씨로 보낸 사람 이름을 써넣은 1,500원짜리 리본이 난분의 꽃인 셈. 인사철 기업 총무팀의 전화 주문을 받는 꽃집들은 주문된 가격대의 난에 리본을 달아 퀵서비스로 보낸다.

따라서 인사 대상자는 자신이 받는 난의 질보다는 수량으로 자신의 영향력이나 가치를 가늠하고 또 평가 받기 쉽다. 질의 평가에는 난 자체보다는 화분의 값어치, 화분보다는 리본에 적힌 이름과 직함이 더 그럴싸한 기준이 된다. 그렇게 전달된 대다수 난분은 포장도 벗겨지지 않은 채 사무실 구석에 방치돼 있다가 철이 바뀔 무렵 시들어 버려진다.

동양란 중 한국춘란을 재배하는 이대건 농업명장은 "우리는 난을 즐겨 주고받으면서도 1, 2년 안에 당연히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물윤리 측면에서 봐도 가혹한 문화"라며 "

선물용 난은 생명을 지닌 식물이 아니라

리본을 위한 성의 표현의 도구가 돼 버렸다"
고 말했다.

이런 관행과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반성도 있었고, 실제로 줄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이던 시절인 2011년 6월 공직자에게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하자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구상을 밝히면서 난초 시장이 이른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이 법안은 정부가 뭉툭하게 손을 봐 이듬해 8월 발의했으나 국회는 멀찍이 밀쳐둔 채 심의조차 않고 지난 정기국회를 넘겼다.

국내 꽃 소비의 85%는 인사이동이나 결혼식 장례식, 졸업식 등의 경조사 때 이뤄진다. 국화나 장미같은 절화(切花)와 난초 화분 비중은 각각 35%로 백중세다. 침체된 경기 등 영향으로 국민 1인당 꽃 소비액은 2005년 2만870원이던 게 2012년 1만4,835원으로 줄었다. 김영란법의 반가운 취지에도 불구하고 화훼농가나 꽃 유통업계가 속앓이를 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윤경은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명예교수는 "선물로 주고받을 때만 꽃을 소비하는 것은 안타깝다. 생활 속에서 구입해서 가꾸고 꽃 피우며, 다음 해를 기다리기도 하는 게 정말 아름답게 꽃을 소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한국일보

짙은 복륜을 자랑하는 난초 ‘태양금’. 소매 기준 최소 15만원씩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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